"암 환자 30만 시대…서울 안 가도 되는 '지역완결 치료' 목표"

[인터뷰]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표준치료·데이터 기반으로 지역 격차 해소"
"초고가 치료·AI 시대…유연한 제도 개편 필요"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이 지난 26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국립암센터 제공)

(고양=뉴스1) 구교운 천선휴 기자 = 국립암센터가 '지역완결형 암 진료체계'를 중심으로 국가 암 관리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다. 매년 30만 명 가까이 발생하는 암 환자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구조를 바꾸고 지역에서도 치료부터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지난 26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진행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의 핵심은 '어디서든 누구나 동일한 수준의 암 치료와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서울에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연간 암 발생이 약 30만 명에 달하고 사망 원인 1위인 상황에서 암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질환"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관리 체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안 가도 되는 치료"…표준화·데이터로 지역완결형 체계 구축

양 원장은 지역 격차 해소의 출발점으로 '표준 치료 확립과 확산'을 제시했다. 그는 "국립암센터는 학회들과 함께 주요 암종에 대한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을 이미 마련했다"며 "이제는 이 가이드라인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립암센터–권역암센터–지역병원을 잇는 협력 구조를 강화하고 진료 의뢰·회송 체계와 다학제 협진, 원격 진료 등 디지털 네트워크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수도권 쏠림 현상의 이면에 '간병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양 원장은 "부모님이 지방에서 암에 걸리면 돌볼 사람이 없어 결국 수도권 자녀 곁으로 모셔 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지역 의료 현장에 자식보다 더 잘 안내하고 보살펴주는 '내비게이터'와 같은 체계가 확립된다면 환자가 굳이 서울로 상경하지 않아도 거주지 인근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환자 데이터 공유 역시 이 체계의 핵심이다. 양 원장은 "병원 간 데이터가 연계되면 동일 환자에 대한 중복 검사와 치료 단절을 줄일 수 있다"며 "국가암데이터센터를 통해 이미 데이터 통합 경험을 확보한 만큼 기술적 기반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조에서는 경증 암 환자까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원장은 "앞으로는 중증도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치료 이후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관리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권역암센터를 중심으로 특정 암종을 특화하면 오히려 서울 환자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구조도 가능하다"며 "약 3년 내에는 이런 변화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지난 2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국립암센터–권역암센터–지역병원을 잇는 협력 구조를 강화하고 진료 의뢰·회송 체계와 다학제 협진, 원격 진료 등 디지털 네트워크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국립암센터 제공)
고령화·생존자 시대…"치료 넘어 삶의 질 중심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암 환자 구성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양 원장은 "최근에는 70~80대 고령 환자가 크게 늘었고 이들은 여러 만성질환과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암이라도 기존 표준 치료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치료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단순 연령이 아니라 기능 상태를 기반으로 치료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며 "포괄적 노령 평가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수술이나 항암치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재활, 영양, 정신건강, 사회복지까지 포함한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며 "암 치료의 목표가 생존에서 삶의 질로 확장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암 발생 증가로 암 경험자(생존자)가 270만 명에 달하는 상황과 관련 "현재 지원 체계는 개별 환자의 다양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에는 개인별 상태에 맞춘 통합지지 서비스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고가 치료·AI 시대…"유연한 제도와 데이터가 해법"

CAR-T 등 초고가 치료제 확산과 정밀의료 발전 속도에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원장은 "혁신 치료제는 일부 환자에게 생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급여 체계는 재정 보호에는 효과적이지만 혁신 기술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경직된 측면이 있다"며 "선급여 후평가, 허가-급여-평가 연계 등 보다 유연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기반 진료에 대해서는 "이미 폐암 CT 판독, 유방촬영, 내시경 등에서 병변 탐지를 지원하는 등 실용 단계에 들어섰다"며 "수술 계획과 예후 예측에도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수준이며 책임 문제와 수가 체계 등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공개가 신뢰 만든다"…국립암센터 역할 재정립

양 원장은 지역 의료 신뢰 회복의 핵심으로 '치료 성적 공개'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병원 선택이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다"며 "병기별 생존율, 합병률 등 객관적 데이터를 공개해야 환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공개하면 의료진 자신도 개선 노력을 하게 되고 전체 의료 수준이 올라간다"며 "국립암센터부터 먼저 데이터를 공개하고 권역센터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의 역할에 대해서는 "단순한 치료 병원이 아니라 암 등록, 예방, 치료, 생존자 관리까지 전주기를 관리하는 국가 중앙 기관"이라며 "표준 치료를 정립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목표는 국민이 '어디서 치료받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며 "서울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만드는 것이 국가 암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1960년 충남 공주 출생 △서울대 의대 △미국 국립암연구소 Visiting Fellow, Guest Researcher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위암센터장 △서울대학교병원 암병원장 △대한위암학회 이사장 △대한종양외과학회 이사장·회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국제위암학회 사무총장 △국립암센터 원장

암예방 수칙.(국립암센터 제공)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