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사법리스크 완화' 한목소리…정부 "기소 제한으로 균형"
"형사소송 부담이 필수의료 위축"…의료계·법조계 한목소리
복지부 "중과실 12개 유형 정리·사과 보호 도입…환자·의료진 균형"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의료사고를 둘러싼 민형사 소송 부담이 필수의료 현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공청회에서 제기됐다. 의료계와 법조계는 형사소송 부담 완화와 공적 보상체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고, 정부는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을 통해 환자 보호와 의료인 부담 완화 간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의료 민형사소송 현황 비교분석 및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필수의료 현장,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공동 개최했다.
박 의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입건되는 의료인이 연 700명을 넘는 상황"이라며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과도한 법적 부담이 필수의료 위축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동호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회의장은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의사들을 필수의료 현장에서 떠밀어내고 있다"며 "의료사고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우기보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 역시 "필수의료는 진료선택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모든 위험을 의사가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갈등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장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료사고 소송 구조 중에서도 형사소송 부담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 고소·고발이 민사상 보상 확대나 신속한 구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무죄 여부와 별개로 입건부터 재판까지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의료진에게 큰 고통과 위축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또 의료사고 분야에서는 인과관계 판단이 완화되고 손해배상액을 조정하는 방식이 반복되며 설명 의무 위반 역시 소송상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필수의료는 고위험·긴급성·낮은 수익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영역"이라며 "강한 법적 책임을 개인에게만 부과하는 구조로는 기피 현상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영역에서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피해를 신속히 보상하는 공적 보상체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보완을 추진 중이다. 신현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사고는 의료인과 환자 양측의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으로 중과실 범위를 두고도 입장이 크게 갈린다"며 "최근 5년간 판례를 분석해 중대한 과실을 12개 유형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사고 이후 설명과 사과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도 도입한다. 신 과장은 "사고 원인과 경과를 설명하고 유감을 표현한 내용은 향후 민형사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의료진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의료사고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사고 이후 소통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수사·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도 설치한다. 신 과장은 "중과실 여부와 필수의료 해당 여부 등을 전문적으로 신속하게 판단해 수사기관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소 제한 특례도 핵심 제도다. 그는 "필수의료 행위 중 경과실 사고이고 손해배상이 완료된 경우 사망사고까지 포함해 기소를 제한하는 것이 주요 취지"라며 "의료진의 형사 부담을 줄이면서도 환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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