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사망원인 3위 '이 병'…감기로 오해하다 큰일 치러

폐포, 기도에 공기 흐름 제한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환자 3분의1 폐렴으로 숨져…독감·폐렴구균 예방접종 챙기자

전 세계 사망원인 3위에 이르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은 폐와 기관지의 만성 염증으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지고 공기 흐름에 저항이 생겨 점점 호흡이 힘들어지는 병이다. 초기에는 가래가 조금 끼거나 가벼운 기침만 나와 감기로 오해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 세계 사망원인 3위에 이르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은 폐와 기관지의 만성 염증으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지고 공기 흐름에 저항이 생겨 점점 호흡이 힘들어지는 병이다. 초기에는 가래가 조금 끼거나 가벼운 기침만 나와 감기로 오해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특히 감기나 독감 이후 증상이 나빠지거나 쌕쌕거림, 누런 가래가 늘어나는 경우는 기도 염증이 심해졌다는 신호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악화가 한 번만 발생해도 폐 기능은 이전보다 더 떨어진 상태로 고착될 수 있다.

한 번 손상된 폐, 되돌릴 수 없어…심장질환 위험도 커져

가슴 안쪽에 자리 잡은 폐는 가스를 교환해 혈액을 깨끗하게 만든다. 폐의 내부는 기관지와 기관지를 따라서 있는 동맥 그리고 정맥으로 이뤄졌다. 호흡 활동을 통해 공기를 들이마시면 공기 속 산소와 전신을 돌고 온 혈액의 이산화탄소를 교환해, 신선한 혈액을 유지하게 한다.

기관지 제일 끝에는 포도송이 모양의 '폐포'라는 미세하게 작은 주머니가 무수히 많이 달려있다. 폐포 속은 고무풍선처럼 비어 있고 공기가 들어오고 나간다. 폐포의 면적은 굉장히 넓은 대신, 벽은 아주 얇아 공기 속 산소와 혈액 속 이산화탄소의 기체 분자 교환이 가능하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이런 폐포와 기도에 만성 염증과 이로 인해 구조적 변화가 생겨 공기의 흐름이 제한되는 질환이다. 숨이 차고, 일상생활이 점차 어려워진다.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변화를 크게 느끼기 힘들다. 진단될 때 이미 폐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이런 폐포와 기도에 만성 염증과 이로 인해 구조적 변화가 생겨 공기의 흐름이 제한되는 질환이다. 숨이 차고, 일상생활이 점차 어려워진다.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변화를 크게 느끼기 힘들다. 진단될 때 이미 폐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은 폐포와 기도를 지속적으로 손상시켜 돌이킬 수 없는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하루 몇 개비의 흡연이라도 위험하다. 가족 중 흡연자가 있거나 담배 연기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서도 발병 위험은 매우 커진다.

미세먼지, 배기가스, 유해 화학물질 등 대기오염 요인과 용접·금속·가공·탄광·농업 등 분진 노출 직업군도 중요한 위험 인자로 꼽힌다. 최근 어린 시절 폐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돼 발병할 수 있다고도 알려져, 관련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길현일 강북삼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의 산소 교환 기능이 떨어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 증상이 더 진행되면 계단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해, 주저앉기도 한다. 이 영향으로 활동량이 크게 줄고, 폐 기능은 점점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밝혔다.

길 교수는 "한 번 손상된 폐를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면서 "폐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결국 저산소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환자 10명 중 3~4명은 협심증, 심근경색증이 동반한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 포함…조기 진단 중요

진단의 핵심은 폐 기능 검사(폐활량 검사)다. 이는 폐가 공기를 얼마나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지를 측정해 기도 폐쇄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증상이 거의 없다고 느끼는 환자로서도 폐 기능이 정상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박정웅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조기 진단과 악화 예방이 핵심"이라며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가 포함돼 만 55세와 66세 국민은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흡연력이 있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적극적인 검진이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 악화를 예방하고 증상을 조절하며 폐 기능을 유지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주요 치료제로는 △기관지 확장제 △흡입 스테로이드제가 있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한 가지 또는 여러 약제를 병합해 적용한다.

박 교수는 "비약물 치료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연"이라며 "이미 폐 기능이 저하됐더라도 흡연하지 않으면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호흡 재활, 적절한 영양 관리 역시 삶의 질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질환 악화의 주원인 중 하나는 감염이다. 그러므로 독감, 폐렴구균, 백일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악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평소와 달리 숨이 더 차고 가래 색이 짙거나 양이 늘고 기침이 급격히 심해지면 빨리 병의원을 방문해 진료받는 게 중요하다.

박 교수는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활동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며 "숨이 찬 증상을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작은 변화라도 폐 기능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게 폐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길 교수 역시 "만성 폐쇄성 폐질환 중증 환자 3분의 1이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우선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꼭 챙겨야 한다"면서 "손 씻기, 미세먼지·매연 등 대기오염 노출 줄이기 같은 일상생활 속 위생 관리도 잘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