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이송 혁신사업에 현장 "첫 단추 잘 끼워" vs "법적 책임 우려"

학회 "사업 주체 주의 깊게 대응 중…다만 근본 개선도"
의사회 "강제 지정 우려, 불가항력 사고 책임 덜어줘야"

지난 1일부터 광주·전남·전북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시행된 가운데 응급실 현장 분위기는 "첫 단추는 잘 꿰졌다"와 "강제로 수용했을 때 법적 책임이 전가될까 봐 우려스럽다"로 나뉘고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 1일부터 광주·전남·전북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시행된 가운데 응급실 현장 분위기는 "첫 단추는 잘 꿰졌다"와 "강제로 수용했을 때 법적 책임이 전가될까 봐 우려스럽다"로 나뉘고 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미수용)'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과감한 지원과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의지에 달렸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정부는 지역별 이송체계를 만들게 됐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형사상 면책 등 제도적 개선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현장 "시범사업 결과 어떻든 근본적 개선도 시급"…정부도 공감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와 전남북 지역에서 지난 1일부터 78개 응급의료기관을 상대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시행 중이다. 사업의 핵심은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지역별 응급환자 이송 지침 마련 △중증도에 따른 이송 병원 선정 등이다.

심정지 등 최중증 환자는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으로 즉시 이송된다. 중증 환자의 경우 119가 수용 병원을 탐색하다 3차례 문의에도 확보할 수 없다면, 광역상황실이 우선 수용 병원을 정해 환자를 도맡게 한다. 중등증 이하 환자는 119가 사전에 마련된 지침에 따라 이송한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지역 회원들을 통해 현장을 파악한 결과, 지역 소재 응급의료기관 중 시범사업에 불참한 병원은 없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범사업의 첫 단추는 잘 끼워졌다"고 호평했다. 학회에 따르면 사업 관계자들은 환자 안전을 우선에 두고 서로 협조하고 있다.

학회는 "응급의료기관뿐 아니라 소방본부, 광역상황실 등 모든 시범사업 주체들은 합의된 지침을 준수하며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협조하고 있다"며 "국민 관심사가 됐고, 언론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평소보다 더 주의 깊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후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을 방문해 지역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3 ⓒ 뉴스1

다만 응급의학과 봉직의, 촉탁의 등으로 구성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은 준비되지 않았으며 현실성이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의사회가 전국 응급의학과 의사 1200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실효성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했다.

응답자의 98%는 배후 진료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를 강제 수용했을 때 발생할 사고에 대해 의료진 개인의 법적 책임이 더 커질지 우려하고 있었다. 또한 응답자의 94%는 불가피하게 수용을 할 수 없더라도 행정적 처벌이 있을지 우려하고 있었다.

의사회 조사 결과를 압축하면 △이송병원 강제지정 우려 해소 △불가항력 의료사고 책임 완화 방안 등 근본적 대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범사업을 호평한 학회 역시 "응급의료 분야 형사상 면책, 민사상 손해배상 최고액 제한 같은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사업을 놓고 의료계 반응도 엇갈린 상황에서 정책적 보완이 요구된다. 이중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법적 리스크 부담이 큰 문제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그 논의와 별개로, 현장에서 지침 없이 이뤄지는 혼란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정책관은 "법적 안전망 논의와 응급이송 체계 정비는 동시에 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중 전국으로 확대할 표준 방안도 마련한다. 아울러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홍보도 이어갈 방침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