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도 AI가 길 안내…실시간 분석서 정확도 74% 확인

'안전한 절제면' 소개…세계 최초 다기관 검증

유재민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삼성서울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수술실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복강경 간 이식 수술에 이어 로봇 유방암 수술까지, AI가 수술 중 실시간으로 안전한 절제 경로를 안내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유재민·박웅기 유방외과 교수와 유진수·오남기 이식외과 교수팀이 로봇 유두보존 유방절제술에서 AI가 안전한 절제 면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기관 외부 검증을 통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유럽외과종양학회 공식 학술지'(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IF=2.9) 최근호에 게재됐다.

로봇 유두보존 유방절제술은 겨드랑이 부근에 작은 절개를 한 뒤 로봇 팔을 넣어, 유두와 피부는 그대로 두고 유방 조직만 제거하는 수술이다. 가슴에 큰 흉터가 남지 않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

다만 로봇 수술은 촉각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일반 수술에서는 의사가 손끝 감각으로 조직의 경계를 파악할 수 있지만, 로봇 수술에서는 화면에 보이는 영상에만 의존해야 한다.

특히 피부 바로 아래 지방층과 유선 조직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가 까다롭다. 너무 얕게 절제하면 유방 조직이 남고, 너무 깊게 절제하면 피부로 가는 혈류가 끊겨 피부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AI 영상 분석 기술로 해결했다.

수술 중 촬영되는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방층과 유선 조직의 경계, 즉 안전한 절제 면을 화면에 표시해 주는 방식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운전자에게 경로를 안내하듯이 AI가 집도의에게 절제 경계선을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AI 모델 개발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29건의 로봇 유방절제술 영상에서 1996개의 프레임(정지 화면)을 추출했다. 유방외과 전문의들이 각 프레임에서 안전한 절제 면을 직접 표시했고, AI는 이 데이터를 학습해 수술 영상에서 절제 면을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훈련됐다.

삼성서울병원 데이터로 진행한 내부 검증 결과, AI 모델의 정확도(DSC)는 74%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창원병원에서 시행한 8건의 수술 영상으로 외부 검증을 진행한 결과에서도 70.8%로 유사한 성능을 보였다.

다른 기관, 다른 집도의의 수술 영상에서도 AI가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복강경 생체 간 이식 수술에서도 AI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에서는 3개 기관(삼성서울병원, 명지병원, 영남대병원) 48건의 수술 영상을 분석해 간 주변 혈관 구조와 안전한 박리 면을 AI가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연구로 AI 수술 내비게이션의 적용 범위가 간에서 유방까지 확대됐다.

유재민·박웅기 유방외과 교수와 유진수·오남기 이식외과 교수(삼성서울병원 제공)

유재민 교수는 "로봇 유방절제술에서 AI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기관 외부 검증까지 완료한 최초의 연구"라며 "AI가 수술 중 실시간으로 안전한 절제 면을 안내해 수술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수 교수는 "간 이식 수술에 이어 유방암 수술까지 AI 내비게이션 적용 범위를 넓혔다"며 "향후 다양한 최소 침습 수술에 AI를 접목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