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암 연 1200명인데 전문의 70명…"국가 관리 필요"

생존율 85% 넘었는데…인력부족에 진료체계 '붕괴 위기'
"별도 수가 신설하고 국가책임제 도입해 진료 공백 막아야"

27일 진행된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 진료 및 연구발전 심포지엄' 기자간담회.(국립암센터 제공)

(고양=뉴스1) 구교운 기자 = 소아청소년암은 연간 1200명 안팎 발생하지만 이를 전담할 전문의는 전국 70명에도 못 미치는 만큼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호소가 나왔다. 의료진의 노력과 관리 체계 강화로 생존율을 향상됐지만 인력 부족과 지역 격차로 진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27일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소아청소년암 진료 및 연구발전 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소아청소년암 진료를 맡을 의사가 전국적으로 부족하다"며 "보험시스템, 전공의 교육시스템, 전임의 과정까지 국가에서 관여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림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장은 "암환자 1000명 당 소아청소년암은 5명으로, 모든 소아청소년암은 극희귀암"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청소년암은 백혈병, 중추신경계 종양, 림프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위암, 폐암, 간암, 유방암 등 성인암과는 전혀 다른 질병 스펙트럼이기 때문에 각 소아암종마다 전문화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소아청소년암 전문 인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호소했다.

치료 환자들의 생존율을 선진국 수준이라는 게 암센터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치료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85% 이상"이라며 "199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30% 이상 생존율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또 "5년과 10년 상대 생존율의 차이는 대부분 2~4%P 이내"라며 "5년 시점의 생존이 장기 생존으로 이어짐을 시사한다. 치료의 질이 생존자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센터는 인력 부족으로 진료체계가 무너질 위기라는 게 의료진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암을 치료하는 전문의가 70명이 되지 않는다"며 "향후 5년에는 10% 이상이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에 편중된 지역 격차도 문제다. 소아청소년암 전문의의 62%(43명)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있고 비수도권 전문의는 28%(26명)에 불과하다. 박 센터장은 "울산, 강원, 경북, 세종 등 4개 지역에서는 전공의가 없고 인천, 광주, 대전, 충북, 전북, 제주 등 6개 지역에서는 전공의가 1명뿐"이라고 전했다.

소아청소년암 전문의 인력 분포 및 발생현황.(국립암센터 제공)

간담회에 이어 진행된 심포지엄에선 전문 인력 확보와 장기추적 관리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 센터장은 "생존율 향상은 국가 암등록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 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며 "이를 위해 전문 인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연구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실 경상국립의대 교수는 "소아청소년암 생존자의 3분의 2가 심혈관계질환 등 후기 합병증을 경험하는 만큼 권역별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장기추적 관찰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가 차원의 통합지지 표준 프로그램과 의료진 확충을 촉구했다.

연구 지속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공공의료 역할 강화 방안도 제시됐다. 성기웅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소아청소년암의 낮은 발생빈도와 희귀성으로 인해 단일 기관 연구가 어렵다"며 '소아청소년암 임상연구 지원센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혜리 울산의대 교수는 "소아청소년암 진료가 '소아·암·중증'이 결합된 가장 취약한 분야임에도 낮은 수가와 인력난으로 진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실제 상급종합병원 소아혈액종양과의 5년 누적 적자가 70억 원에 달하며 전문의 1인당 담당 환자가 20명을 넘는 등 업무 부하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암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수가 신설과 국가책임제 도입을 통해 진료의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희영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국가 차원의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 구축과 교육·심리·재활을 아우르는 '통합케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