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통역사' 박인숙 규제과학센터장…"허들 넘어야 경쟁력 생긴다"

28일 퇴임 앞두고 기자 간담회…3년 간 정부·민간 사이서 '가교'
"기술 개발, 마라톤과 같아…"기관·연구자·산업계 사이서 페이스메이커 필요"

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한국규제과학센터 제공)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규제의 허들을 업계와 민간이 넘어설 수 있어야만 한다. 규제 완화와 혁파만 강조해서는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통역사'로 통하는 박인숙 규제과학센터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박 센터장은 지난 임기 동안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모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그간 민간에선 연구개발(R&D)이 거의 다 끝날 때쯤 식약처의 문을 두드리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통과된 사업이 없었다"며 "연구 초기 단계에서부터 규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시작했으면 하는 취지로 규제과학센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과학이란 식품·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부터 인허가 전반을 다루는 과학을 말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세계 주요국은 이미 하나의 학문으로서 받아들이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도 지난 2022년 4월 한국규제과학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3년을 근무한 후 지난 2022년 한국규제과학센터장으로 취임했다. 최적의 '규제 통역사'인 셈이다.

박 센터장은 임기 동안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서로의 언어를 통역하는 데 주력했다. 민간에는 감독을 중시하는 정부의 언어를, 정부에겐 산업의 진흥을 강조하는 민간의 언어를 전달했다.

그는 "민간이 특정 연구를 위해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전략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를테면 특정 연구가 의료기기 분야로 가야 하는지, 의약품으로 가야 하는지 등이다"라고 말했다.

민간의 기술력이 정부의 규제를 넘어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 경우엔 정부에 민간의 애로를 전달했다. 그는 "인공혈액 사업단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이오의약품인지, 의료기기를 가야 하는지 논쟁이 있었다"며 "이를 두고 규제과학센터가 식약처와 협의한 끝에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개발은 마라톤과 같고, 마라토너 옆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있어야 한다"며 "기관, 연구자, 산업체 사이에서 이야기를 잘 듣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민간을 잇는 가교이지만, 규제에 대한 박 센터장의 생각은 명확하다. 맹목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민간이 규제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를 넘을 수 있어야지만 경쟁력이 생긴다. 받을 수 있는 규제는 받아야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무조건 (규제 완화를) 해준다고 해서 국민들의 안전성이 담보되나. 산업계에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오는 28일 퇴임한다. 최근 규제과학센터는 이사회를 열고 차기 센터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향후 규제과학센터의 최대 현안으로는 '예산'을 꼽았다. 현재 센터는 규제과학대학원, 연구 등의 사업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는 "규제과학센터가 정식 정부 기관이 되어 예산을 받아야 걱정 없이 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면서도 "독립성이 필요한 영역에는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