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배분 어떻게?…교육여건·지역의사제·의료계 반발 '숙제' [의대증원]

내년 490명으로 출발…5년간 3342명, 연평균 668명
정은경 "목적 명확·민주적 합의"…현실적용 우려도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 등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구교운 김정은 조유리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의과대학 신입생을 490명, 5년간 총 3342명 단계적으로 더 뽑아 이들을 지역의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의대별 증원 규모 배분에 나서는데, 교육여건은 물론 지역의사제 취지를 감안하며 수험생에게 입시 예측 가능성까지 보장해 줘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24년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을 교훈삼아 "과학적 근거와 민주적,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됐다"고 강조하나, 대한의사협회는 "의학교육 정상화가 우선이며 지역의사제는 위헌적"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제2 의정갈등' 재현도 우려된다.

공정성 강조…정은경 "민주적 합의 거친 결정 큰 의미"

지난 10일 정부는 2027~2031년 5년간 서울을 제외한 32개 지역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2027년 490명, 2028~2029년 각각 613명, 2030~2031년 각각 813명 등 증원하며, 모두 10년간 학비를 지원받는 대신 지역에 의무복무해야 하는 지역의사제로 뽑는다.

지난 10일 정부는 2027~2031년 5년간 서울을 제외한 32개 지역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2027년 490명, 2028~2029년 각각 613명, 2030~2031년 각각 813명 등 증원하며, 모두 10년간 학비를 지원받는 대신 지역에 의무복무해야 하는 지역의사제로 뽑는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이번 결정은 전문가로 구성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수요·공급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의사 부족 규모 범위를 추계하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지난해 연말부터 7번 논의한 끝에 마련됐다.

복지부는 앞서 2024년 2월 '5년간 2000명씩 증원' 발표 후 1년 6개월여 간의 의정갈등을 겪었던 터라 추계위 구성, 회의록 공개 등 공정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추계 결과, 보정심 회의 결과 공개 등 증원 규모를 예측할 수 있게끔 유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지난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인력 양성규모 브리핑'을 통해 "(이번 증원의) 가장 큰 의미는 증원 목적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라며 "과학적 근거와 민주적,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정부는 지역의사제 시행, 의대 교육 지원, 전공의 수련 과정 개편 등을 포괄적으로 진행하며 지역 필수 공공의료의 개혁을 함께 추진하겠다. 조만간 별도로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부연했다.

증원분 비서울 국립·미니의대 집중…의협 "정부 책임져야" 경고

앞으로 교육부는 32개 비서울권 의대에 증원분을 배분해야 한다. 지역 의료인 양성, 소규모 의대 교육여건 확보라는 원칙에 따라 국립의대·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정원 50명 미만인 강원대, 충북대 등 국립의대는 최대 2배 증원 가능하다.

반면 정원 50명 이상 국립의대는 2024년 입학정원 대비 증원율이 30%를 넘지 않도록 하며 사립대는 규모에 따라 20~30%의 증원율 상한이 적용된다. 서울권 8개 의대는 지난 2024년 조치와 마찬가지로 증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별 정원을 배분해야 한다. 교육여건과 지역의사제 취지까지 따져볼 방침이다. 소규모 국립대에 교육·수련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의료계 반발을 살 수 있고, 비서울 사립대 정원을 늘리면 지역 의료 강화란 취지에 부합하지 않단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정원을 배정할 때 시설 개선 계획과 기존 계획 이행 여부를 평가하겠다"고 말했으며 복지부는 의대생 실습 기관을 지역의료원 등으로 다양화하는 한편, 설립 취지와 다르게 수도권 병원에서 실습 과정을 운영하는 문제 등에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교육부는 3월 초까지 대학별 정원 배분을 마치고, 32개 대학에 통보할 계획이다. 이후 40여일간 이의신청·검토 기간을 거쳐 이후 4월 말까지 배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뒤이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5월 말 대입전형 시행계획 수정해 발표할 전망이다.

5년간 연평균 668명 증원이라곤 하나, 행정적으로 감원을 해야 하는 데에는 지난해 5월 2026학년도에 한해 의대 모집인원을 5058명에서 증원 전인 3058명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데 따른 조치다. 2024년 2월 발표로 그간 의대 정원은 매년 5058명이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10 ⓒ 뉴스1 황기선 기자

한편, 의협 등 의료계는 이번 발표에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정부의 '지역의사제' 예고에 대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며 "(오히려) 적정 보상 등 기피 과 문제를 해결할 유인책,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면책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의협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된 결정을 냈다.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책임지고 파괴된 의학교육을 정상화하라"며 날을 세웠다.

의협은 또 "현장 여건을 반영해 현실적인 모집인원을 산정해야 한다. 향후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혼란의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이날 발표된 증원 규모보다 더 적은 인원의 모집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체행동 등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