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결정, 개인 판단서 절차 중심으로…의료진들 "기준이 분명해졌다"

연명의료 결정 구조 손질…윤리위원회·교육 규정도 강화

1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8.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둘러싼 제도가 다시 정비됐다. 연명의료 중단의 대상이나 허용 범위를 바꾼 것이 아니라, 말기·임종 판단부터 기록·이행까지 전 과정을 행정 절차로 명확히 한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연명의료 판단이 개인 판단보다 절차 중심으로 정리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14일 개정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연명의료 중단의 대상이나 허용 범위를 바꾼 것이 아니다. 이미 시행 중인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의료현장에서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작동하도록 판단 기준과 서식, 기록·보고 체계를 구체화한 조치다.

연명의료결정법은 2018년 본격 시행 이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틀을 마련해왔다. 다만 말기환자 판단 기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등록 절차,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역할을 둘러싸고 해석 차이와 현장 편차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 부처에서는 쟁점을 행정 절차와 기록 관리의 문제로 정리하며, 연명의료 결정을 '개별 판단'의 영역에서 '시스템 관리'의 영역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연명의료 결정 과정의 기준이 보다 명확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그동안은 설명과 판단의 부담이 의료진 개인에게 집중돼 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정해진 절차를 충실히 따랐는지가 더 중요해진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간호사는 "서류와 기록이 늘어난 측면은 있지만, 사후 분쟁을 대비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현장 체감은 복합적"이라며 "연명의료 결정이 개인의 판단 문제라기보다 제도 안에서 관리되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장 체감은 시행규칙 개정 내용과 맞닿아 있다. 시행규칙 제2조는 말기환자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를 다시 명시했다.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말기 여부를 진단하되, 임상적 증상, 동반 질환 여부, 약물·시술에 따른 개선 정도, 종전 진료 경과, 다른 치료 방법의 가능성, 장관이 인정한 기타 기준 등 6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규정했다.

말기 판단이 단순한 의학적 소견 제시에 그치지 않고, 어떤 기준을 검토했고 어떤 근거로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로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향후 분쟁이나 사후 검토 과정에서는 ‘판단이 옳았는가’보다 ‘정해진 기준을 충실히 검토했는가’가 주요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임종과정 판단 역시 서식화됐다. 시행규칙 제12조는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담당의사가 판단한 경우, 그 결과를 별도의 서식에 따라 기록하도록 했다. 연명의료 중단의 전제가 되는 말기 판단과 임종과정 판단이 모두 문서화되면서, 연명의료 결정의 핵심 단계가 점차 의학적 판단을 넘어 행정적 기록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의 핵심 수단인 연명의료계획서 역시 절차적 성격이 한층 분명해졌다. 시행규칙은 연명의료계획서의 서식을 통일하고, 작성·변경·철회 시 담당의사가 의료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의료기관장은 그 결과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전산으로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의 의사 확인 절차도 구체화됐다. 시행규칙은 가족관계증명서 등 가족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 확인을 명시했고, 환자의 생전 의사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도 규정했다. 환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문서, 녹음물, 녹화물 등에서 연명의료 중단 의사가 직접적으로 표현된 경우를 객관적 증거로 인정하도록 했다.

연명의료 중단의 이행 단계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시행규칙은 연명의료 중단이 실제로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서식에 따라 기록하고 관리기관에 전산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연명의료 결정이 단발적 판단이 아니라 시작부터 종료까지 추적 가능한 행정 절차로 다뤄지게 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