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추계 두고 비판 동시 분출…'2027 의대정원 논의' 난항 겪나
의협 "자료·방법론 한계…단일 추계로 정책 판단 무리"
시민사회 "비정상 시기 고정한 과소추계 재검토해야"
- 구교운 기자,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강승지 기자 =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발표한 의사 인력 추계 결과를 두고 의료계와 보건의료노조·환자단체의 비판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의사 인력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6일 열리는 제2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전문가 기구인 추계위의 결과를 토대로 2027학년도 이후 국가 의대 총정원 확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보정심은 의료 인력 수급의 최종 의사결정 기구로 정부는 이달 중 위원회를 집중적으로 개최해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추계위는 지난달 30일 오는 2035년 의사 부족 규모가 1535~4923명, 2040년에는 5704~1만 1136명에 이를 것이라는 산출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복지부는 이 추계치를 바탕으로 증원 규모를 심의·의결한 뒤 교육부에 통보해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심사하는 대학별 정원 배정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보건의료노조·환자단체의 비판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제기되면서 추계위 결론을 토대로 한 보정심의 의대 정원 논의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추계 결과의 정책적 활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장기 의료 인력 수급을 단일 추계 결과로 단정해 의대 정원 결정 등 정책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추계는 방법론적인 문제도 있지만 사용된 데이터 자체를 보면 성별·연령별 구조와 의료기관 종별, 입원·외래 일자 정도밖에 없어 사실상 추계를 하기에는 정보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계 결과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의사 부족 규모라는 숫자만 먼저 부각됐지만 해당 수치가 어떤 가정과 자료를 거쳐 산출됐는지에 대한 설명과 검증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사 인력 추계는 사회 변화나 지역 변화, 정책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 분석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12월 말이라는 시점을 정해놓고 진행되다 보니 그런 자료를 체계적으로 구하거나 연구하려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자료가 없어서 못 했다는 게 이번 추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의료 환경 변화와 향후 수요 변동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계 결과가 기정사실처럼 활용될 경우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의사 부족 규모가 더 크게 나타나는 2040년을 기준으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의료계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반면 보건의료노조와 환자단체는 추계의 전제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보건의료노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으로 구성된 국민중심의료개혁연대회의는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코로나19와 의정 갈등이라는 비정상 시기를 정상으로 고정한 과소 추계는 재검토돼야 한다"며 추계 기준의 전면 수정을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해당 시기의 의료 공백과 현장 붕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장기 수급을 예측할 경우 실제 의료 수요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정상 상황을 '현재'로 고정하는 순간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구조적 부족분은 통계에 감춰진다"고 지적했다.
의료 AI나 기술 발전을 의사 인력 확충 논의의 대체 논리로 활용하는 접근에 대해서도 환자 안전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3일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추계의 방법론적인 문제와 함께 이번 추계에 사용된 데이터가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설명하고 외국에서는 어떤 자료를 가지고 추계를 하는지 소개할 것"이라며 "단기간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충분한 자료를 축적하고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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