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때문에 꿈 포기 안 해요"…20대 환자가 택한 재택 복막투석
정부,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연장…선택권 확대
"건강 상태, 인생 마주하고 본인에 가장 좋은 선택 고르길"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재택 복막투석이 '병원 주 3회' 혈액투석 외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배 안쪽 복막을 이용해 집에서 스스로 치료하는 방식으로, 월 1회 병·의원 방문으로도 관리가 가능해 시간 활용이 자유롭고 일상생활 유지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재택의료 시범사업 참여 환자는 △사망률 △응급실 방문율 △입원율이 참여하지 않은 환자보다 낮았다. 설문 조사에서는 재택 복막투석 환자의 높은 삶의 질 만족도가 확인되기도 했다.
콩팥이 85~90% 이상 손상돼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우면 신장 이식이나, 체내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내는 일을 대신하는 투석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방식은 병원에 주 3회 방문해 4시간가량 기계를 통해 혈액을 정화하는 혈액투석이다.
하지만 배 안쪽 '복막'을 이용해 집에서 스스로 치료하는 재택 복막투석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재택 복막투석은 월 1회 병·의원에 방문하면 되는 방식으로, 비교적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 일상생활 유지에 유리할 수 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해외 각국에서는 보다 많은 환자들이 재택 복막투석을 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재택 투석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환자의 자기관리 교육과 상담을 지원하는 관련 시범사업(복막투석 환자 재택 관리 시범사업) 연장에 나섰다.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024년 5월 처음 재택 복막투석을 시작한 20대 대학원생 김 씨는 어릴 때부터 만성 콩팥병을 관리해 왔지만, 상태가 나빠져 투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취재에 응한 그는 "나이가 너무 어렸고 현실감이 없었다"며 "콩팥이 이렇게 빨리 나빠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 씨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앞으로의 삶이었다. 학업과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투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치료로 시간을 많이 빼앗기면 꿈을 이어가기 어려울까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처음 알고 있던 치료법은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혈액투석이었다.
그러나 의료진의 교육을 통해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가지 방법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일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최대한 투석으로 인한 시간 소모가 덜 한 방법을 선택하고자 했고, 의료진과 여러 대화를 나눈 끝에 재택 복막투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크게 체감한 지점은 시간 활용 방식이었다. 기계를 활용한 재택 복막투석은 수면 중에 진행할 수 있어,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김 씨는 낮에 일과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꼽았다.
재택 복막투석은 매일 진행되기에 식단을 과하게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었다. 무엇보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투석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씨는 "환자는 치료의 대상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의료진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환자가 주체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재택 복막투석을 하다 보면 자신의 상태나 치료 과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주체적으로 치료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석을 시작한 뒤 두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해외 인턴십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의료진과 논의하며 준비하고, 사전에 교육을 꼼꼼히 받는다면 투석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여행지에서도 충분히 투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불편도 따른다. 김 씨는 "몸 밖으로 도관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며 "신체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위생 관리에 항상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복막염 등의 예방을 위해 위생에 주의해야 하고, 집에 의약품을 보관할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도 있다.
김성균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재무이사, 대한복막투석연구회 회장)는 "재택 복막투석은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치료를 지속할 수 있어 젊은 환자나 직장·학업을 병행하는 환자에게 특히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최근 복막투석 환자 재택 관리 시범사업의 연장을 결정하고 재택 투석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현장에서도 반가운 결정"이라며 "재택 복막투석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환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같은 상황을 겪는 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시간을 갖고 치료 방식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투석을 진단받았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에 공감한다. 투석은 인생에서 큰 결정이기 때문에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아주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투석을 시작하면 이전의 일상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마법 같은 일은 안타깝게도 일어나지 않지만, 자신의 상태를 마주하고 현재와 미래의 계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고민해 보기를 추천해 드린다.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만들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접근하길 바란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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