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능 치매' 정상압 수두증, 뇌질환 동반해도 치료 된다"

알츠하이머병 동반해도 일상기능 개선…수술 배제 기준 재검토 필요
뇌조직·PET 분석으로 수술 예후 예측…동반 병리 있어도 치료 효과 확인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치료할 수 있는 치매로 알려진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iNPH, Idiopathic 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환자가 퇴행성 뇌질환을 동반하더라도 수술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예병석 신경과, 장원석 신경외과, 김세훈 병리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의 뇌 조직 검사, 영상 검사, 수술 예후 등을 종합 분석해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 IF 11.1) 최신호에 실었다고 29일 밝혔다.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은 뇌에 물(뇌척수액)이 과도하게 차는 질환이다.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보행 장애와 인지 저하, 요실금 등이 동시에 나타난다. 현재는 뇌척수액을 다른 부위로 배출하는 수술인 '뇌실복강단락술'(VP shunt)이나 요추복강단락술(LP shunt)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 중 상당수가 알츠하이머병이나 루이소체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함께 앓고 있어 '수술을 해도 효과가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로 치료 결정에 혼란이 있었다.

특히 수술 중 퇴행성 뇌질환 병리의 동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뇌 조직 검사가 실제 뇌 병리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보행장애·운동 저하 등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의 증상이 루이소체병과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어 도파민 신경 손상이 수술 예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2022년 세브란스병원에서 VP 션트 수술을 받은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 58명을 분석했다.

수술 중 전두엽 피질에서 소량의 뇌 조직을 채취해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을 면역염색으로 확인했고, 일부 환자에게는 아밀로이드 PET과 도파민 수송체(DAT) PET 검사를 시행해 퇴행성 병리와 도파민 신경 기능을 함께 평가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약 40%에서 알츠하이머병 단백질이 확인됐다. 특히 수술 중 시행한 뇌 조직 검사 결과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 결과와 95% 이상 일치해, 제한된 조직 검사만으로도 실제 뇌 병리를 매우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동반된 환자에게서는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의 회복은 제한적이었지만 보행 능력과 일상생활 기능은 수술 후 유의하게 호전됐다. 이는 환자와 보호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걷기 능력'과 '생활의 독립성'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도파민 신경 기능과 수술 예후의 관계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도파민 수송체(DAT) PET 검사에서 도파민 신경 기능이 저하된 환자군은, 도파민 기능이 비교적 유지된 환자군에 비해 수술 후 기능 회복 폭이 더 컸다.

예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동반됐다는 이유만으로 수술 효과를 부정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며 "인지 기능과 별개로 보행과 일상생활 기능은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뇌 조직 검사와 도파민 영상 검사를 함께 고려하면 어떤 환자가 수술로 이득을 볼 수 있는지를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환자 개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 전략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연구"라고 부연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