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절감에서 환자 안전으로…"간호·간병통합, 수가·인력 재설계 필요"

대한간호협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도 개선 토론회(대한간호협회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단순한 간병비 절감 수단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환자 안전 인프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간병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로는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여야와 전문가 사이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4일 이수진·남인순·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미애·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수가 현실화와 인력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전문 간호 인력이 24시간 병동에 상주하며 간병을 제공하는 제도로, 보호자나 사적 간병인 없이 입원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 안전성과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5년 도입 이후 낙상 등 안전사고 감소 효과도 확인됐지만, 현재 참여 병상은 전체 병상의 약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윤수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간호부실장은 중증환자 전담병실 운영 경험을 소개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윤 부실장은 "중증 환자 상태 악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했지만, 낮은 수가로 인한 인건비 보전 한계와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 때문에 장기적인 운영이 어려웠다"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수가 개선과 공공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대학 교수는 현행 인력 배치 기준이 현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획일적인 간호사 배치 기준으로는 환자 중증도와 간호 요구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환자 상태를 과학적으로 평가해 인력을 배치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보상 체계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윤숙 대한간호협회 간호간병정책위원장은 "이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간병비 절감 정책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핵심 의료 인프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수가 체계의 전면적인 재설계를 촉구했다.

김옥란 전국의료산업노조 정책국장은 합리적인 보상이 전제되지 않으면 간호 노동 강도 완화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2018년 이후 사실상 멈춰 있는 인력·비용 구조에서 벗어나 환자 상태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맞춤형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에서는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환자와 의료진의 입장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논의였다"며 "앞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여야 의원들도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수진·남인순·서영석 의원은 국가 책임 강화와 숙련 간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미애·김예지 의원은 현장 맞춤형 인력 배치 기준 개선과 입법적 지원을 약속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국가 책임 돌봄 체계의 본사업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며 "간호사의 전문성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보건의료 체계를 만드는 데 협회도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