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제 복용 경험 확산에 의료계 경고…"유명인 사례, 기준 아냐”

‘펜터민', 단기·최소 용량이 원칙…"전문의 상담 후 처방이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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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최근 일부 유명 연예인과 유튜버 등이 체중 감량 경험을 언급하며 펜터민 복용 사실을 밝힌 이후,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는 펜터민이 단기간·최소 용량 사용이 전제된 전문의약품인 만큼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병력에 따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5일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펜터민은 비만 치료를 보조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중추신경계 자극제로 단순 체중 감량이나 외모 개선 목적의 사용은 적응증에 포함되지 않는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

펜터민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노르에피프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교감신경계 자극이 동반되기 때문에 복용 용량과 기간에 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의료계는 펜터민을 식사 조절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하루 다회 복용이나 임의 증량이다. 펜터민은 단기·최소 용량 사용이 원칙으로, 하루 여러 차례 복용하거나 복용량을 스스로 늘리는 방식은 안전성 검증 범위를 벗어난다. 이러한 경우 빈맥, 혈압 상승, 심계항진, 흉통, 부정맥 등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정신신경계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불안, 초조, 불면,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고용량 또는 장기 복용 시 의존성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병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 복용에 대한 안전성 역시 충분히 확립돼 있지 않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보건당국은 펜터민을 단기 사용 약물로 분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장기간 연속 복용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이다. 일부 국가에서 다른 비만 치료제와 병용하거나 장기 처방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나, 이는 엄격한 임상 조건과 의료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전제된 경우다.

심혈관 질환 병력, 고혈압, 부정맥,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있는 환자는 펜터민 복용 시 주의 또는 금기 대상에 해당한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경우에도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의료진은 환자의 병력과 현재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처방 여부를 판단한다.

체중 감소 효과는 개인차가 크다. 초기에는 식욕 억제로 체중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둔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약물 중단 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이른바 요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의 핵심은 약물 자체가 아니라 식습관과 신체활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라고 설명한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을 비의료적 정보 확산 문제로 보고 있다. 전문의약품은 개인별 위험도와 적정 사용 범위가 크게 다른데, 이러한 맥락이 생략된 채 복용 경험만 부각될 경우 일반인이 동일한 방식으로 따라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펜터민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병력에 따라 안전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라며 "전문의 상담과 복용 기준 준수, 정기적인 부작용 모니터링이 전제되지 않은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