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수가 매년 손본다…'과보상' CT·검체검사 조정해 진찰료로
연 7302만원→365만원, 항암제 부담 줄어…건보 적용 확대
동네의원이 건강 관리 맡는다…일차의료 새 모델 시범 도입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료비용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과보상된 수가는 조정하고, 저보상 영역에는 재정을 투입하는 건강보험 수가 구조 개편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고가 항암제와 중증 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한편, 검체검사·영상검사 보상체계와 지역 일차의료 전달체계도 함께 손질한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열린 '제2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가 개편, 약제 급여 조정, 검체검사 보상체계 개편,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환자 부담 완화를 위해 일부 고가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2026년 1월 1일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기존 4개 암종에서 두경부암·위암·식도암·자궁내막암·담도암·직결장암·삼중음성유방암·자궁경부암 등 9개 암종, 17개 치료 요법으로 급여 적용이 넓어진다. 이에 따라 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의 연간 투약비 부담은 약 7302만 원에서 약 365만 원 수준(본인부담 5% 기준)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성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급여 적용 중인 '듀피젠트주'(성분명 두필루맙)도 중증 제2형 염증성 천식으로 급여 범위가 확대된다. 해당 적응증에서 환자 1인당 연간 투약비 부담은 약 1588만 원에서 약 476만 원(본인부담 30% 기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약제비 지출 적정화를 위해 2020년부터 임상적 유용성 점검이 필요한 약제를 대상으로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건정심에서는 올해 재평가 대상이 된 8개 성분 가운데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된 일부 약제에 대해서만 급여를 유지하는 데 의견을 모았고, 나머지 약제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결론을 유보했다.
구체적으로 올로파타딘염산염, 위령선·괄루근·하고초, 베포타스틴, L-아스파르트산-L-오르니틴 주사제(0.5g/㎖)는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돼 급여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다른 성분에 대해서는 이번 회의에서 급여 유지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건정심에서는 2023 회계연도 의료비용 분석 결과도 함께 보고됐다. 지난해에는 신포괄수가제 참여 종합병원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비공개했지만, 올해는 분석 대상을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원급으로 확대하고, 표준화된 비용 산정 지침을 적용해 대표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분석 결과는 행위별 수가 단위(5단 수가코드)로 비용 대비 수익 구조를 공개할 계획이다.
분석 결과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검체검사료는 비용 대비 수익이 192%, 방사선특수영상진단료는 169%, 방사선치료료는 274%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본진료료(63%), 기본물리치료료(33%), 투약 및 조제료(11%) 등은 비용 대비 수익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 같은 의료비용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상대가치점수를 상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처럼 5~7년 주기의 대규모 개편이 아니라, 매년 의료비용 분석 결과를 반영해 과보상·저보상 영역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검체검사와 CT·MRI 등 영상검사 중심의 과보상 조정으로 확보되는 재정은 진찰료, 입원료, 수술·처치 등 저보상 기본진료와 중증·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보상 강화에 투입된다.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도 함께 개편된다. 현재는 위탁검사관리료와 검사료가 사실상 한 덩어리로 청구·정산되면서 검사료 할인 경쟁과 검사 질 저하,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 안에서 위탁·수탁 기관별 수가를 새로 신설해 검사 과정과 책임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보상 구조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확보되는 재원 약 2400억 원은 진찰료 등 저보상 영역에 활용될 예정이다.
비상진료체계 종료에 따라 상급종합병원과 포괄2차 종합병원의 응급·중증 진료 수가도 조정된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와 중증 수술 가산은 본수가 체계로 전환되며 법정 본인부담이 적용된다. 정부는 중증·응급 진료 기능은 유지하되,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까지 흡수하는 구조는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예방과 관리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논의됐다. 이 사업은 병이 생길 때마다 병원을 옮겨 다니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이 사는 지역의 의원을 중심으로 예방·만성질환·약물 관리를 지속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부터는 50세 이상 가운데 관리 필요성이 높은 환자부터 시작해 건강 상태에 따라 예방군, 일반관리군, 집중관리군, 전문관리군으로 나눠 맞춤형 관리를 제공한다.
환자는 등록한 의원에서 건강검진 결과와 연계한 관리 계획을 받고, 필요할 경우 상급병원이나 방문·재택진료로 연계된다. 참여 의원에는 단순 진료 건수 대신 환자 등록과 지속 관리 노력을 보상하는 통합수가가 적용되며, 다직종·다학제 팀 운영이나 지역 의료기관 협력에 따른 추가 지원도 검토된다. 시범사업은 내년 7월부터 2028년까지 약 3년간 운영되며, 2029년부터 참여 지역 확대가 추진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비용 분석을 기반으로 과보상된 수가를 조정하고, 저보상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가 체계를 재편하고 있다"며 "환자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지역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의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일차의료 전달체계도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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