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쌍둥이 출산율 '세계 2위'…"산모·태아에 고위험, 최소화 필요"

'출산 편의주의' 탓…다른 나라들은 감소 추세
"정부 정책 '사후대응' 편중…예방적 노력 미흡"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8.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한국에서 쌍둥이(다태아) 임신·출산율이 계속 늘면서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 됐다. 다만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이 따르는 만큼 쌍둥이 임신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배혜원 전문연구원은 18일 '다태아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전체 출생아 중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7%(1만 6166명)에서 지난해 5.7%(1만 3461명)로 증가했다.

쌍둥이 중 세쌍둥이 이상의 고차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간 2.4%(392명)에서 3.4%(457명)로 늘었다. 우리나라 쌍둥이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분만 1000건당 28.8건으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매우 높다.

세계 다태아 출생 데이터(HMBD)에 포함된 국가 중 그리스(29.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HMBD 국가 평균(15.5건)의 2배에 가깝다.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출산율은 분만 1000건당 0.67건으로 HMBD 국가 중 가장 높고, 평균(0.2건)의 3배 수준이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데 쌍둥이 출산율이 매우 높고, 다른 나라들은 줄어드는 추세와 달리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출산 편의주의'로 진단했다. 한 번의 임신과 출산을 통해 두 명의 자녀를 동시에 낳고 양육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국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2015년 32.2세에서 지난해 33.7세로 높아졌다. 특히 쌍둥이 산모 평균 출산 연령은 35.3세로 단태아 산모(33.6세)보다 높다.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18년 12만 1038명에서 지난해 16만 1083명으로 7년 새 33% 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쌍둥이 임신·출산 지원 정책 역시 확대됐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이른둥이 지원 대책 등이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출생 축하금, 산후조리 경비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관련 정책이 주로 임신 중이나 출산 전후 '사후 대응'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쌍둥이 임신·출산은 산모와 태아에게 상대적으로 위험이 따를 수 있어 권할 만한 일은 아닌 데다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2000년대 전후 많은 국가가 쌍둥이 출산을 줄이고 있다.

보고서는 "정책이 출산 이후 의료적 개입과 경제적 지원, 출산 이후 일회성 경제적 지원에 편중됐다"면서 "쌍둥이 출산은 산모와 태아에 고위험을 수반하는데,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보호하고 쌍둥이 임신을 낮추기 위한 임신 전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미흡하다"고 전했다.

이어 "돌봄 연속성 관점에 따라 임신 전 단계에서 건강권을 보장하고, 쌍둥이 임신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쌍둥이 임신 중과 출산 전후의 사후적 정책은 질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둥이 임신·출산까지 줄이면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영국의 경우 다태아 출산율을 줄이면서도 전체 출산율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을 전환하더라도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