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건보 이사장 "마지막 순간, 주사로 몸 덮이는 현실…존엄 지켜야"

정기석 이사장 "호흡기 의사로 30년, 연명의료가 옳은가 고민"
연명의료 넘어 '존엄한 죽음'으로…건보공단·한은, 심포지엄 개최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5 한국은행-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 심포지엄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 말기 의료를 중심으로’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12.1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이강 기자 =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맞이하는 의료가 정말 옳은 방식인지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1일 오후 서울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말기 의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생애말기 의료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초고령사회에서 연명의료·임종기 진료 방식 전환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그간 보건의료계는 연명의료에 많은 목소리를 내왔다"며 "의료 현장에서 약 30년 동안 호흡기내과 전문의로 환자를 진료하고, (임종을) 봐왔는데 삶의 마지막을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 현장에서 (임종의 순간을 보면) 마지막에 (환자들의 몸에) 주사가 사방에 찔리고, (CPR 등) 응급 의료행위를 하는 모습은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장면을 보면 '연명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이 대다수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중간에) 사전 연명 제도가 생겼지만, 아직 제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환자 등을 위한 건 다 해줬다"며 "하지만 환자가 고통받는 걸 지켜보는 것이 힘들어서, 인간적인 합의가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서는 의사를 수사하고, 법원에서는 이 행위를 위법이라고 하는 현실이 냉정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은행과 공단의 공동 연구가 좋은 결실을 맺어서, 우리 사회가 끝까지 따뜻하고 존엄한 죽음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5 한국은행-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 심포지엄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 말기 의료를 중심으로’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총재는 축사에서 지난 8월 돌아가신 어머니 임종을 보며 연명의료를 고민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2025.12.1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창용 총재 "어머니 떠나보내며 느낀 과제…경제와 존엄 함께 봐야"

이날 환영사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발언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이 총재는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고령화가 초래하는 보건·재정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좋은 파트너인 건보공단과 함께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 의미 깊은 연구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 8월 어머니를 여의었다. 가족들과 연명의료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어머니께서 '영양 공급은 하지 말고 통증만 조절해달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남는다"며 "이번 연구는 개인적으로도, 또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업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정기석 이사장, 이창용 총재를 비롯해 양 기관 연구진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두 기관은 지난 5월 체결한 공동 학술연구 업무협약에 따라 고령화 시대 의료·재정 변화에 대한 공동 연구를 수행해 왔다.

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공동연구는 건강과 경제라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접목해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생애말기 의료비 지출 구조와 이용 특성 분석 △연명의료 환자 선호와 실제 의료현실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어진 전문가 정책토론에서는 의료 제도의 법적 기반, 현장 적용 가능성, 자기결정권 보장 등 다양한 시각에서 생애말기 의료의 발전 방향이 논의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