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쿠팡이 남긴 경고…비대면플랫폼 '의약품도매' 위험한 이유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기저귀나 분유가 급할 때 쿠팡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도착했다. '쿠팡 없었으면 애를 어떻게 키웠을까'라는 말이 나올 만큼 편리함은 생활에 깊고 넓게 스며 들었다. 그러나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보여주듯 편리함 뒤에 숨은 '공급망 집중'의 위험은 사고가 터지기 전까진 보이지 않았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도 같은 맥락이다. 비대면진료는 진료 연결, 처방전 전송, 약 수령까지 플랫폼을 경유한다. 이런 필수 관문을 쥔 플랫폼이 도매업까지 영위하는 것은 단순 서비스 확장이 아니라 의약품 공급망의 핵심 단계를 장악하는 것이다.
의약품 유통은 일반 상품과 다르다. 현행 약사법에는 '제조–도매–약국'이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생명과 직결된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한 사업자가 진료·처방·조제·도매를 모두 쥐게 되면 약국 선택권과 약가·거래조건이 특정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위험이다. 지역 약국 생태계가 흔들리고 플랫폼 제휴 여부가 환자 접근성을 좌우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의사, 약사, 환자 모두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을 금지하는 내용의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플랫폼이 처방을 유도하는 구조를 경계하고 약사단체는 도매 겸영이 조제권을 잠식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 상업화 및 환자의 선택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한다.
업계는 본회의 처리를 앞둔 '닥터나우방지법'이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며 혁신을 막는 규제라고 주장하지만 쟁점은 비대면진료 자체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의료 공급망을 관장하는 플랫폼이 '도매업'을 겸영할 때 생기는 구조적 왜곡 가능성이다.
'비대면진료 목적은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 제도가 본래 취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역할을 진료 편의성에 한정하고, 의약품 유통처럼 공적 통제가 필요한 영역은 분리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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