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의대증원 논리부족"…정부, 추계위·혁신위에 집중한다
미래 수요 단순 합산 오류…절차적 정당성 확보도 미흡
복지부 "평가-반성 바탕으로 국민 소통신뢰 담보할 것"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 과정을 들여다본 감사원이 27일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고,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미흡했다"고 지적한 데 따라 정부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국민중심의료혁신위원회 같은 논의 기구를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국민과 의료계 모두 호응할 수 없는 정책이라면 이루려던 의사 수 증원은 물론, 지역 필수 공공의료 확충도 실패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2027학년도 의대정원 조정을 위한 의사인력 수급추계를 올 연말까지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감사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2월 6일 발표한 '5년간 연 2000명 의대 입학정원 증원'으로부터 △2035년 부족 의사 추계 부적정 △의사단체 의견수렴과 보정심(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미흡 △의대정원 배정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앞서 제시한 '2035년 1만 5000명 부족' 전망은 취약지 자체충족률을 기준으로 산출한 연구 결과를 전국 의사 부족분으로 확대 적용함으로써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 수도권 등은 오히려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래 부족 의사 수(연구 3종 평균 1만 명)를 현재 부족분 5000명과 단순 합산해 추계했는데, 감사원은 이에 대해 '시점이 다른 수치를 단순 결합해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내부적으로는 부족 규모가 5841명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자체 분석을 반영하지 않은 점 역시 지적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2020년 의정 합의에서 '재추진 시 협의'를 명시했음에도 실제로는 증원 규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부가 증원을 발표했다고 봤다. 아울러 감사원은 법적 논의 기구로서 2000명 증원을 심의한 보정심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진단했다.
교육부의 정원 배정에서도 전문성 부족과 검증 미비가 드러났다. 충북대가 임상실습 병원 완공 시점을 실제보다 앞당겨 제출했으나 검증 없이 반영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교육부는 6개 조정 기준을 적용해 대학별 배정 인원을 가감했지만, 기준 적용이 일관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복지부 장관에게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이번 감사 내용 등을 참고해 중장기 수급 추계 요인을 폭넓게 파악·검토하고, 이를 추계에 반영해 추계 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정책 수용성을 높이고 추진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식 심의 기구 등에 정책 결정 근거와 내용 등을 충분히 설명·제공하는 한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부 장관에게도 배정의 전문성 확보와 대학 교육여건 검증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지난해 2월 2000명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사직, 의대생 집단휴학과 그로 인한 의료 및 의학교육 공백, 전공의 사직·의대생 휴학 처리 금지, 교육 부실화 등 1년 반 의정갈등 기간 상당한 문제가 누적됐고 '의사집단 이기주의'라는 또 다른 국민적 비판도 커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우선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정원 조정을 위한 의사인력 수급추계를 진행 중으로 향후 정원 결정·배정 과정에 감사 결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고 지난 정부 의대증원 과정에 대한 국민 관심이 큰 점을 고려해 증원 결정, 정원 배정부터 우선 처리했다.
감사원은 당초 국회가 △의료공백 대책 △의대생 휴학 처리 금지 및 서울대 의대 감사 △교육여건 준비 △의학교육평가원 관리·감독 등의 감사 또한 요구한 만큼 관련 내용을 공개할 전망이다. 의협 역시 지난 5월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편, 복지부 등 정부는 감사원의 이번 발표에 "공식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장관 직속 독립 기구이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사인력수급추계위는 올 연말까지 2027학년도 의대정원 산정을 위한 추계 결과를 마련한다는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역별 부족분, 지역의사제 등 향후 의료정책에 대한 변수도 고려해 지역별 수급 등을 검토하고 있다. 회의 내용은 추계위 실무를 지원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밖에 복지부는 지역 필수 공공의료 확충 등의 실질적 해법을 모색할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의 1차 회의를 오는 12월 첫째 주중 개최할 계획이다. 참여 위원 위촉을 마쳤으며 의료혁신 로드맵에 대한 평가를 받겠단 구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면한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고 의료체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그간 의료개혁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바탕으로 참여소통신뢰 중심으로 국민 중심 의료혁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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