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서 보이는 미세 변화로 간세포암 면역항암제 효과 예측"

서울대병원, 절제 불가능 간세포암 환자 연구
"무증상 영상 변화가 생존율 가장 높아"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왼쪽부터)·박제연 진료교수, 이동호 영상의학과 교수.(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간세포암 환자가 면역항암치료 과정에서 증상을 느끼지 않더라도 CT에서 나타나는 경미한 면역관련 변화가 생존기간 및 치료 효과와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단순한 이상 소견으로 여겨졌던 영상 변화가 실제로는 치료 경과를 예측하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박제연 진료교수와 이동호 영상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0월~2023년 6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Atezolizumab–Bevacizumab, AteBeva) 병합요법을 받은 절제 불가능 간세포암 환자 198명을 대상으로 치료 중 발생한 면역 관련 이상반응(irAEs)이 임상 경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환자를 △이상반응 없음 △증상·혈액검사 이상을 보이는 증상군 △증상은 없지만 CT에서 면역반응으로 보이는 변화만 나타난 무증상 영상군으로 분류했다. 전체 198명 중 무증상 영상군은 12명, 증상군은 56명, 무이상반응군은 130명이었다.

생존분석 결과, 무증상 영상군에서 가장 뚜렷한 예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6·12·18·24개월 시점의 전체 생존율을 비교하면, 무증상 영상군은 각각 100.0%, 82.5%, 82.5%, 82.5%로 가장 높았고, 증상군은 89.1%, 64.1%, 41.7%, 40.5%, 무이상반응군은 72.3%, 48.3%, 31.3%, 19.4%였다. 치료 중 증상이 없더라도 영상에서 면역반응을 보인 환자들이 생존기간 면에서 좋은 경과를 보인 것이다.

IPTW 보정을 적용한 시간 종속 Cox 회귀 분석에서도, 무증상 영상군은 무이상반응군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81% 낮았으며(HR 0.19), 증상군 역시 약 5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HR 0.42). 두 군 모두 사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P=0.02). 이는 증상이 없어도 영상에서 보이는 변화가 실제 생존기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역시 무증상 영상군과 증상군에서 더 길게 유지됐으며, 특히 무증상 영상군은 PFS의 독립적인 예후 인자로 확인됐다. 즉, 영상에서 관찰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치료 경과를 예측하는 데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치료 반응률에서도 차이가 분명했다. 무증상 영상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41.7%, 질병조절률(DCR)은 100%로 가장 높았으며, 증상군은 각각 26.8%와 92.9%, 무이상반응군은 13.8%와 60.0%로 뒤를 이었다. 이는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않더라도 CT에서 보이는 경미한 변화가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를 조기에 식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면역항암치료 중 관찰되는 영상 변화가 단순한 부작용을 넘어 환자의 예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절제 불가능 간세포암 환자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다만 중증 면역관련 이상반응은 예후 악화와 연관될 수 있어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환자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않더라도 영상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에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다"며 "정기적인 영상검사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면 환자의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 전략을 보다 안전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Liver Cancer' 최근호에 게재됐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