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사고 2만 건 돌파…예방체계는 '업무 부담'에 발목

환자안전 보고 건수 137% 급증…낙상·약물 사고가 70~80%
"인력의존 줄이고 디지털 기술 도입해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이승현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병원에서 발생하는 환자 안전사고가 많이 증가했지만, 예방 체계는 여전히 제자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새로운 안전 기술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은 예산 부족이 아닌 '추가 업무 부담'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3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환자안전 현황과 기술개발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환자안전사고 보고 건수는 2만 273건으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사고 유형은 투약 오류, 진단 오류, 낙상 등 인력 기반 업무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사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낙상, 약물사고가 전체 사고의 70~8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환자안전법 제14조에 따른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건수는 2023년 64건이며 실제 중대 사고에 해당하는 건수는 42건에 달했다. 설명·동의 내용과 다른 수술·수혈·전신마취,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 투여, 다른 환자·부위 수술 등으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경우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환자안전 기술 도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병원이 환자안전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응답 병원들은 기술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추가적 업무 부담 증가'를 28.7%로 가장 높게 꼽았으며, '비용 부담(예산 부족)'이 27.9%로 뒤를 이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새로운 안전 기술이 현장 인력에게 추가적인 입력 작업이나 복잡한 절차를 요구할 경우, 도입의 효과가 상쇄되고 현장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RFID 기반 환자 확인 시스템, 전자동 약품조제 시스템 등의 도입률은 10~20%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요국은 환자안전 정책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환자안전 행동계획을 시행 중이며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관리 및 신속 검토 체계를 운영하며 환자 안전을 일관된 국가 정책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2016년 환자안전법 제정 이후 정책 기반을 마련했으나, 기술 도입률과 병원 내 안전시스템 구축 속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복지부는 지난해 환자안전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해 환자안전사고 보고체계 개선, 보건의료인 교육 강화, 안전 문화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환자안전사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전기술개발과 현장 적용을 위한 R&D 확대가 필요하다"며 "인력 의존적 구조를 줄이고 오류 가능성을 낮추는 자동화 시스템과 디지털 기술 도입이 중장기적으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