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돌진사고' 피의자 '모야모야병' 연관성은…"조기 진단·관리 중요"

경찰, 자문 요청…신경과·신경외과 등 전문학회 검토 예정
면허 결격 아냐…약 부작용 등 있다면, 주치의와 소통해야

13일 경기 부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A 씨가 몰던 1톤 트럭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 관계자들이 피해입은 시민들을 구조하던 모습. 2025.11.13/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돌진 사고를 일으킨 60대 트럭 운전자가 뇌 질환 '모야모야병' 투병을 강조하면서 경찰이 질환과 사고 간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보강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질환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인데, 환자로선 적절한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의협 "경찰, 의학적 자문 요청한다면 각 학회로 의뢰 예정"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경기남부경찰청이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 사고 운전자 A(67)씨의 진료기록을 확보해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의학적 자문을 요청한다면 이를 신경과·신경외과 등 전문학회로 의뢰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A 씨가 "모야모야병이 너무 심하다. 뇌 질환으로 약물 치료 중이었으나 최근 가게 일로 바빠 치료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한 데 따라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을 남기지 않는다는 취지로 의학적 자문 요청을 결정했다.

다만 경찰은 결과 회신과 별개로 경위 조사와 송치 여부 결정 등은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 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13일 조사 과정에서는 모야모야병 관련 질문에 "운전에 전혀 지장이 없다. 의사나 약사로부터 '운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경찰도 A 씨가 탑승한 직후 차량이 돌진한 점, 당시 가속 페달을 밟았던 점을 토대로 질환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피의자가 질환을 호소한 만큼 의혹에 대해 보강 조사에 나선다.

질병관리청 등 의료계에 따르면 모야모야병은 뇌로 가는 주요 혈관이 점차 좁아지거나 막히는 진행성 뇌혈관 질환으로 현재까지 근본적 치료법이 없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혈관조영술에서 혈관이 마치 연기처럼 보이는 모습 때문에 일본어 '모야모야(もやもや·희미한 연기)'에서 유래됐다.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뇌 손상을 막을 수 있지만 방치하면 영구적인 장애가 올 수 있어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컨대 혈관이 막히면 뇌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차단돼 뇌경색이 발생하고 약해진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모야모야병의 초기 증상은 심한 두통, 어지럼증, 발작(경련), 편마비, 언어장애, 감각 이상, 의식 저하 등 다양하다. 증상만으로는 다른 뇌졸중과 구별이 어려워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하고 감별해 진단해야 한다. ⓒ News1 DB

초기 증상은 심한 두통, 어지럼증, 발작(경련), 편마비, 언어장애, 감각 이상, 의식 저하 등 다양하다. 증상만으로는 다른 뇌졸중과 구별이 어려워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하고 감별해 진단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거론된다. 한국·일본 환자에서 유전자 변이가 흔히 발견되며 가족력이 있다면 직계 가족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약물만으로 병의 진행을 멈출 수 없어 혈류를 회복할 수 있는 '뇌혈관 우회술'(재건술)이 근본적으로 요구된다.

수술 효과는 뚜렷하다. 수술 후 환자 85~95%에서 뇌혈류가 개선되고, 70~90%에서 일과성 허혈 발작과 허혈성 뇌졸중이 줄어든다. 출혈형 모야모야병의 재발 위험도 절반 이상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

"결코 드물다 할 수 없어"…발병 초기 운전 가능 여부 확인해야

현행 도로교통법은 치매·조현병·양극성 정동장애·재발성 우울장애·정신발육지연·뇌전증 등 주요 정신·신경계 질환과 다리·척추·머리 등 중증 신체장애를 운전면허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 질환 환자는 지역 보건소나 경찰에 보유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정기·수시 적성검사와 전문의 진단으로 운전 적합 여부를 판단하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면허 취득 제한과 취소·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모야모야병은 신고 의무 대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뇌 혈류 장애로 인한 일시적 의식소실, 마비, 경련 등 운전 중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상이 반복되면 환자 본인이 주치의 진단하에 운전하지 않아야 한다. 수술하지 않더라도 뇌 혈류 순환은 불안정할 수 있어 발병 초기 장시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운전은 피해야 한다.

의료계는 "약물 복용 중 졸음 유발 부작용 등이 있다면 반드시 '운전 가능 여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모야모야병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약 16명으로 결코 드물다 할 수도 없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재빨리 병원을 방문해 정밀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