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 확충'엔 공감했지만…의무복무·면허취소 두고 '팽팽'

"농어촌·중소도시 필수의료 기능 약화…입법 목적 헌법상 정당"
"지역서 머물 수 있는 정책 설계 필요…면허취소는 과도"

김성근 가톨릭의대 외과 교수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보건복지위원회 지역의사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강승지 기자 =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지역의사제' 법안을 두고 의사·법학·환자단체·정부가 국회에서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지만 10년 의무복무와 면허취소를 골자로 한 정부안이 실효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주장이 엇갈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오후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 입법공청회'를 열고 의료계·법조계·환자단체·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김영수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교수는 "수도권과 대도시로 의료인력이 집중되면서 농어촌·중소도시의 필수의료 제공 기능이 지속해서 약화되고 있다"며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의사제 법안이 시의적절한 제도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경남 지역의 사례를 들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도 안 되는 시군이 절반이 넘고, 일부 군 지역은 의사 중 공중보건의 비율이 절반에 가깝다"며 "의사 1인당 책임져야 하는 주민 수가 대도시에 비해 3배에서 6배"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측은 제도 설계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은 "지역의사제를 통해 양성된 의사들이 어떤 기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어떤 지역에 어떤 임상과 의사가 몇 명 부족한지 등 수요 분석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충희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우리는 '지역의사제'가 아니라 '지역의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를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 법안은 의대 입학 때 장학금을 주고 대신 10년간 지역에서 복무하라고 하고 조건을 어기면 면허를 취소하거나 법적 불이익을 주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김 정책이사는 대안으로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정책 설계 △지역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교육·수련·협진체계 마련 등을 제시했다.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전남대 교수)는 공중보건의 제도와 비교해 공급 과잉·제도 중복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의과대학 정원의 10%를 지역의사로 선발하면 매년 약 300명이, 10년이면 3000명이 쌓인다"며 "공중보건의 확보 방안을 우선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복무형 지역의사제보다 의대 졸업 이후 인턴·레지던트·전임의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형 지역의사제'의 확대를 제안했다.

의무복무 불이행 시 면허 취소 조항에 대해서도 "의무복무를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학자와 환자단체는 헌법적 정당성과 공익성을 들어 지역의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업 선택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근무지를 제한하는 직업 수행의 제한"라며 "지역 필수의료 공백 해소라는 입법 목적은 헌법상 정당한 공익"이라고 평가했다.

10년 의무복무와 면허취소 조항에 대한 위헌 논란과 관련해 "국가가 학비·기숙사비 등 막대한 재정을 전액 지원하는 반대급부가 있는 쌍무적 계약관계"라고 일축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가 집단 사직했던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지역의료였다"며 "지역의사제는 환자의 생명권과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검증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도 '지역 의료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