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해법에 응급실-119 이견 커…"金총리에 달렸다"
20번 이상 이송 문의 1176건…구급대, 병원 정할 수 있어야
응급실 "최종치료 역량 강화 우선"…국무총리 주재 TF 논의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민 5명 중 1명이 '응급실 뺑뺑이'를 경험했다고 밝힐 정도로 응급의료체계 개편이 시급한 가운데 환자 이송을 도맡는 119 구급대와 치료를 담당하는 응급실 의료진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해법 중 하나로 "구급대가 이송 병원을 정하고, 병원은 환자를 우선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지만 응급실 의사들은 "환자를 던져놓느냐"며 반발한다. 관련 협의체를 주재하게 된 김민석 국무총리가 구급대와 응급실 모두 만족할 대안을 만드는 숙제를 안게 됐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부터 김민석 총리가 주재하고 보건복지부, 소방청,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응급의료 개선 TF'가 꾸려졌다. 소방청은 응급환자 처치와 이송을, 복지부는 수용 후 진료 단계를 관리하고 있다.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진료하기 위해서는 각계 협력이 중요하다.
응급의료법은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때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애초 환자 이송과 병원 진료를 원활히 연계하자는 취지였지만, 일부 병원이 명확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한다는 게 구급현장 설명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구급대원이 환자 수용을 20번 이상 병원에 문의한 출동이 한 해 1176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구급현장 등은 119 구급대가 이송 병원을 선정하고 병원은 응급환자를 우선 수용하도록 법령에 규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국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내용이 담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의 김윤 의원은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에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규정을 없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응급의료체계 첫 단추는 환자를 최초로 만나는 현장 구급대원의 판단과 대응"이라며 관련 논의체를 구성할 때 의료진뿐 아니라 '병원 전 단계'를 담당하는 현장 구급대를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의료현장은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의료 행위의 일종인 '환자 수용'을 강제하려 한다며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수용이 어려운 요인 상당수는 배후진료 인력 부족 때문이며, 무작정 들렸다가 다른 병원으로 다시 옮기게 되면 시간만 허비한다는 의미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4일 "과거 '응급실 환자 던지기'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무책임한 조치"라며 "최종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가능한 기관으로의 신속한 전원이 환자를 살리는 길이며 중증소아, 중증외상, 산모 등은 최종치료 인프라 확충 없이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119 이송환자의 절반이 경증 환자로, 도덕적 해이 해소와 응급처치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119 유료화와 이송 환자 책임·의무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응급실 뺑뺑이를 응급실 던지기로 해결하려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의사회 등 의료계는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 기피 요인이 '환자 악화·사망 시 민·형사상 책임이 의료진 등에 귀속되는 구조적 위험'에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복지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사법리스크 완화 등을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종합적인 응급의료 개선대책은 소방과 의료진 요구를 동시에 수용하는 패키지 형태로 구성될 전망이다. 총리실 TF도 각계와 실무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병원이 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방문해 "마음이 급해 응급의료를 찾는 경우 뺑뺑이 당한다고 느껴지는데, 의료진 입장에서는 밤낮없이 애쓰고 있고 최선을 다해 중환자들을 돌보는데 그 단어를 듣는 것 자체가 억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김 총리를 맞이한 병원의 김수진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이 "저희는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뺑뺑이 같은 게 분명히 있지만 단순하게 환자를 허락받고 골라서 받기 때문은 아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는 부분이 있는데, 간극이 있다"고 설명한 데 따른 답변이다.
김 총리는 "중증 환자들이 응급실을 못 찾고 돌아가는 경우 응급실 안에 경증 환자들만 차 있다면 부도덕한 문제겠지만, 여기도 꽉 차서 못 들어간다면 시스템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하는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결론은 국회에서 내주겠지만, 정부도 함께 의논하고 방향을 찾는 과정에 의료계와 함께 머리를 맞댈 것"이라며 "의료계가 가진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합리적인 대화 방식으로 풀기 위해 의료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게 되니, 앞으로 계속 같이 의논하겠다"고 언급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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