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부족한 날, 환자 사망 8% 늘었다…"'임시직' 효과는 제한적"[김규빈의 저널톡]

영국 4개 병원 입원환자, 5년간 추적
간호사 '수'보다 '질'이 더 중요…임시직 비율 10% 늘면 사망위험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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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1명씩 줄어들 때마다 환자 사망 위험이 8%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호 인력 부족을 임시직으로 메워도 위험은 완전히 줄지 않았으며, 숙련된 정규 간호사가 상시 근무하는 병동일수록 환자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았다.

6일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간호학과 피터 그리피스 교수 연구팀이 영국 내 4개 급성기 병원에서 지난 2015~2020년 사이 입원한 환자 62만 6313명과 병동 내 간호 인력 규모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입원 초기 5일 동안의 간호 인력 데이터를 추적해 간호사(RN, Registered Nurse)와 보조 인력(NS, Nursing Support Staff)의 근무시간, 임시직 비율, 간호사 경력, 급여 등을 토대로 입원한 환자가 30일 이내 사망할 확률을 분석했다. 여기서 NS는 간호조무사, 간호보조사 등 비전문 자격 인력을 포함하며, 임시직에는 병원에서 단기 고용된 인력과 외부 인력업체를 통한 파견 인력이 모두 포함됐다.

그 결과, 간호 인력이 부족한 날 환자의 사망 위험은 평균 8% 증가했다. 보조 인력이 부족할 때도 위험은 7% 높았다. 임시직 간호사 비율이 10% 늘면 사망 위험은 2.3%, 임시직 보조 인력이 10% 늘면 위험이 4%까지 상승했다.

연구팀은 간호 인력의 '질'이 환자 안전의 핵심 변수라고 밝혔다. 단순히 인원수를 늘리는 것보다 병동 내 숙련 간호사의 비중이 높을수록 생존율이 향상됐고, 경력 간호사가 많은 병동에서는 감염·낙상 등 의료사고 발생률이 낮았다.

연구팀은 "간호 인력이 부족할 때 임시직을 투입하면 위험이 일부 완화되지만, 정규 간호사가 충분한 병동에 비하면 여전히 사망률이 높았다"며 "숙련 간호사의 상시 근무가 환자 안전의 핵심이며, 임시직 의존은 단기 비용 절감 효과보다 더 큰 장기 위험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간호사 부족은 곧 환자 안전 저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수치로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며 "단기 대책으로 임시직을 투입하기보다 정규 간호사가 장기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환자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지난해 8월호에 게재됐다.

김규빈의 저널톡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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