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는 몸엔 좋지만 마음엔 영향 없다"…한국인 9만 명 6년 추적 연구

CES-D 우울척도 활용 분석…비타민C 섭취량과 점수 간 상관성 낮아
박성근 교수 "장기적 영향은 추가 연구 필요"…정신건강은 '근거 부족'"

박성근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교수(왼쪽), 정주영 서울건진센터 교수(강북삼성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비타민C 섭취가 우울 증상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 9만여 명을 6년간 추적한 결과 비타민C 섭취량과 우울 증상 위험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5일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박성근·정주영 서울건진센터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우울 증상이 없는 성인 9만 1113명을 대상으로 비타민C 섭취량에 따른 우울 증상 발생 위험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식품 섭취 빈도 설문지를 통해 참가자의 식사로 섭취한 비타민C 양을 조사하고, 섭취량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해 평균 5.9년간 추적 관찰했다. 우울 증상 발생 여부는 우울척도(CES-D)를 활용해 평가했다. CES-D는 지난 일주일 동안의 기분과 수면, 식욕, 집중력 등을 점수화해 우울 정도를 측정하는 표준화된 설문 도구로, 16점 이상이면 우울 증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분석 결과, 비타민C를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에 비해 더 많이 섭취한 어느 그룹에서도 우울 증상 위험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타민C를 영양제로 복용하는 사람들도 복용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낮지 않았다.

박성근 교수는 "비타민C 섭취량과 우울 증상 발생 위험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며 "비타민C가 항산화 등 신체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임은 분명하지만, 정신건강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타민C의 장기 섭취가 다른 정신건강 문제나 정서적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신경정신생물학'(Neuropsychobiology)에 최신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