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혈우병 환자 평균 수명도 80세…이젠 성인병과 전쟁
환자 고령화로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 동반율 지속 증가세
환자 관절 손상 줄이는 예방요법, 노년 건강 지킬 핵심 전략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혈우병은 X 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돼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며 혈액응고인자의 결핍으로 중증인 경우, 가벼운 외상에도 출혈이 멈추지 않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과거에는 환자의 평균 수명이 30~40세에 머물렀지만, 최근 치료제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평균 수명은 80세를 바라보게 됐다.
지난해 한국혈우재단의 '혈우병 백서'를 보면 혈우병 환자 중 내과 영역인 20세 이상 환자가 약 81%, 40세 이상 환자가 약 40.3% 수준이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성인병이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합병증인 '심뇌혈관질환'이 환자의 노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효철 김효철이상훈내과의원 원장(전 아주대의료원장)은 "질환 관리 패러다임은 단순한 출혈 예방에서 나아가, 성인병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성인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기 예방 요법과 환자 개개인에 맞춘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곳의 김소연 원장(전 경찰병원 진료부장)도 "과거에는 출혈을 방지하고 장애를 예방하는 게 혈우병 치료의 주된 목표였다면,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헤모필리아 프리(Hemophilia-free)'로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혈우병 환자에게 성인병은 단순히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동반질환이 아니다. 혈우병 환자가 겪는 출혈의 80%를 차지하는 관절 출혈은 운동 제한과 관절 병증을 일으킴으로써, 비만과 대사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출혈 위험으로 인해 심뇌혈관질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의 사용이 제한적이라, 동반질환 관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성인병은 출혈이라는 기존 질환의 특성과 얽히며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상훈 김효철이상훈내과의원 원장(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실제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동반한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경각심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동반질환을 관리하며 치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 국내 한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헤모필리아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A형 혈우병 환자들의 고혈압 유병률은 2008년 약 6%에서 2021년 약 15%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당뇨병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약 6%에서 약 9%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간질환 유병률도 약 24%로,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변화는 혈우병 환자의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질환 관리가 출혈 예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인 건강 관리로 확대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훈 원장은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심뇌혈관계질환이나, 신장 질환 등 더욱 심각한 내과적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성인병에 대한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혈압 측정과 함께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단 유지,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를 당부했다.
세계혈우연맹(WFH)은 혈우병 환자에서 출혈이 나타나기 전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정기적으로 주사해 출혈을 막고 혈우병성 관절병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예방요법'을 3세 이전부터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김소연 원장은 "혈우병 환자들은 같은 질환을 앓고 있어도 연령, 출혈 패턴, 생활 습관이 모두 다르다"며 "혈우병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전략은 출혈을 예방하고 관절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예방요법의 실시"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소아 시기부터 예방요법을 체계적으로 시작하는 환자층이 증가하며 관절 보호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예방요법이 혈우병 환자의 장기적인 관절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혈우병 환자에서 60세 이상 비율은 2008년 2%에서 2021년 7%로, 41~60세 환자 비율은 같은 기간 15%에서 28%로 증가했지만, 관절 관련 시술률은 1000명당 61.2회에서 17.1회로 급감한 바 있다.
김효철 원장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예방요법을 시작한 환자들은 성인이 돼서도 관절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환자들은 출혈 관리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에도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검진과 관리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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