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제안하고 경기도가 실행"…내년 380만명에 HPV 백신 지원
내년부터 주민참여예산 반영…사업 구체화 중, 청년들 환영
전국 청년 30% 혜택받아 집단면역 기대…각종 암 예방 가능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2014년생(만 12세) 남아가 HPV(사람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따라 내년에 무료로 맞을 수 있게 된 데 이어 경기도에서는 청년층이 HPV 백신 접종을 지원받게 됐다. 규모 면에서 전국 청년의 약 30%에 달해, 암 예방은 물론 집단면역에 도움이 될 예정이다.
주로 성 접촉 등으로 감염되는 HPV는 여성의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항문암, 두경부암, 음경암 등 다양한 암과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한다. 국가적으로 12~17세 여아와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게만 무료 접종됐으나, 내년부터 12세 남아까지 포함됐다.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 HPV 백신 예방접종 지원 확대안이 내년 주민참여예산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경기도와 경기도미래세대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청년참여기구'를 통해 제안된 100여 개 정책 중 '청년 건강권 보장'의 일환으로 선정했다.
경기도는 청년층의 HPV 백신 접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사업의 구체적 형태를 검토 중이다. 청년참여기구 대표들은 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우선 5년 미만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지원을 제안했다.
이번 정책은 청년들이 직접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된 사례로 평가된다. 내년부터 청년 대상 HPV 백신 접종 지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 청년 인구는 380만 명으로, 전국 청년의 약 27.7%를 차지한다.
경기도는 2023년 1월 '경기도 예방접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12~26세 도민을 대상으로 HPV 백신 접종 지원 근거를 마련했으나, 실제 사업은 추진되지 못했다. 이번 예산 반영이 확정되면 전국 청년의 약 30%가 새롭게 혜택을 받게 된다.
이중민 경기청년LAB 대표(경기도청년참여기구 4기 기술혁신 분과장)는 "(그간) 진척이 없던 사업이 참여기구 논의에서 102개 의제 중 최우선 과제로 선정됐다"며 "청년들이 직접 제안한 만큼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경기도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HPV 예방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HPV 예방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APEC 회담에서 자궁경부암 근절 로드맵으로 발표한 국가적 우선 과제"라며 "경기도가 청년 건강권과 미래세대 투자를 위해 발 빠르게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APEC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에서는 '여성 건강권 제고를 위한 자궁경부암 로드맵'(2026~2030)이 발표됐고, 한국은 남녀 모두 접종(GNV) 국가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국제 기준과의 격차를 줄이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감염내과 등 의료계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남녀 모두 9가 백신을 지원해야 HPV 관련 암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언해왔다. 전문가들은 남녀 모두에서 약 80%의 접종률을 달성해야 HPV 퇴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시을)은 "HPV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 질환의 원인이기도 하다. 여성만 맞는다면 반쪽짜리 접종에 그칠 수밖에 없고, 남녀 모두가 청소년 시기에 접종해야 집단면역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해 경기도가 청년 건강을 위해 접종 확대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정부는 이미 대선 공약으로 이를 국민께 약속했고, 내년 예산안에도 남녀 청소년 접종 예산이 반영됐다. 경기도가 더 많은 청년에게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정부, 지자체가 국민 건강과 청년 행복을 위해 함께 힘을 합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국회 차원에서도 남녀 모두가 HPV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백신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만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도 청년 인구가 전국의 30%에 달하는 만큼 이번 지원책은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경기도가 국내 HPV 집단면역 달성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유사 정책이 속속 추진 중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서난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전북특별자치도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접종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전북도는 내년부터 국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만 26세 이하 도민에게 접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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