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30개로 치매 위험 예측…'한국형 다유전자 점수'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연세대 연구팀…알츠하이머 발병 위험 2.4배↑
점수 높을수록 인지 저하 빨라…기억력 검사 점수 급격히 감소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유전자 30 여개만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수많은 유전 변이를 종합해 개인의 치매 위험을 계산하는 '한국형 다유전자 점수(optimized polygenic risk score, optPRS)'가 완성되면서,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의 가능성이 열렸다.
삼성서울병원 김희진·원홍희 교수와 연세대학교 서진수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한국형 다유전자 점수를 개발하고, 실제 환자 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에서 그 결과를 검증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럽 대규모 유전체 연구(GWAS) 데이터를 기반으로 39개의 알츠하이머 위험 유전자를 검토하고, 한국인 1634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31개의 핵심 변이를 선별해 최적 다유전자 위험 점수를 완성했다.
이후 771명의 인지 기능 추적 데이터를 추가 분석해 한국형 다유전자 위험 점수가 높을수록 인지 저하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에 잘 알려진 APOE 유전자 외에도 이 점수가 독립적으로 작용해 치매 발병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형 다유전자 위험 점수가 높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2.4배,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위험이 2배 증가했다. 특히 한국형 다유전자 위험 점수가 상위 25% 집단은 하위 25%보다 인지 저하 속도가 빠르고, 기억력 검사(K-MMSE) 점수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점수 차가 단순한 통계적 예측을 넘어 질병의 실제 진행 경향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단순 예측 모델을 넘어 실제 병리 수준을 반영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적 검증도 진행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최적 다유전자 위험 점수 고위험군과 저위험군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제작하고, 연세대학교 연구팀이 이를 이용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분석했다.
그 결과, 고위험군 오가노이드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Aβ)의 불용성(insolubility) 비율과 인산화 타우 단백질(p-tau) 수치가 모두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위험군에서 p-tau181과 p-tau217 수치가 유의하게 상승했는데, 이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핵심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형 다유전자 위험 점수가 실제 세포 단계에서 질병 진행을 반영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원홍희 교수는 "(한국형 다유전자) 위험 점수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집단에서도 성능이 검증됐다"며 "30여 개의 유전 변이만으로도 유전적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어 향후 임상적 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적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고, 개인별 유전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며 "조기 진단과 예방 중심의 치매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치매 조기 선별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적 다유전자 위험 점수를 적용해 약물 반응성을 예측하거나, 신약 후보 물질의 병리 개선 효과를 시험하는 세포 기반 모델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공식 학술지 '알츠하이머스 앤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 9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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