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아 다 같은 뇌종양 아니다"…새 기준으로 예후·유전 규명
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 일부 환자 '소아 고등급 교종' 재분류
일부는 암소인 증후군과 연관…영아형 교종은 예후 비교적 좋아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과거 악성 뇌종양으로 진단받은 소아 환자를 최신 기준으로 다시 분류했더니 절반 이상이 성인과는 다른 유형의 질환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향후 소아 악성 뇌종양 환자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김주환 교수와 병리과 박성혜 교수 연구팀은 지난 1997~2023년까지 교모세포종 등 악성 뇌종양으로 진단된 환자 78명의 조직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재분류한 결과 52.6%(41명)가 '소아 고등급 교종'(pHGG)으로 분류됐다고 24일 밝혔다.
과거 교모세포종이나 원시신경외배엽종양 등 성인과 같은 유형의 뇌종양으로 진단됐던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새 기준에 따라 다른 소아 특이적 뇌종양으로 재분류됐다. 이는 소아 고등급 교종의 임상적·분자 유전학적 특성과 예후를 규명한 국내 최초의 대규모 분석이다.
소아 악성 뇌종양은 전체 소아암의 약 20%를 차지하며, 소아기 암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 가운데 소아 고등급 교종은 뇌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재발이 잦으며 치료에도 불구하고 예후가 불량한 난치성 질환이다.
최근 연구를 통해 이런 소아 고등급 교종이 성인에서 발생하는 교모세포종과는 생물학적·유전학적으로 전혀 다른 독립 질환군임이 확인되면서, 기존 성인 기준으로 진단·치료를 적용해 온 방식의 한계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도 과거의 진단명을 삭제하고 새롭게 '소아형 광범위 고등급 교종' 범주를 도입했다. 연구팀 역시 26년간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수술받고 진단된 관련 환자 78명의 조직을 병리학적으로 재검토하고,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등을 거쳐 다시 진단했다.
그 결과 78명 중 41명(52.6%)이 소아 고등급 교종(pHGG)으로 재분류됐다. 연구팀은 "기존 진단 체계로는 질환별 예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으며, 최신 WHO 기준을 적용한 통합 분류가 임상적 예측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또 연구팀은 재분류된 환자에 새로 진단된 소아 고등급 교종 환자 20명을 더해 총 61명의 임상·유전체 정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유전체 분석할 수 있었던 48명 중 34명(70.8%)에게서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아울러 리프라우메니증후군, 신경섬유종증 1형 등 유전적으로 암이 생길 수 있는 '암소인 증후군'을 함께 가지고 있는 환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소아 고등급 교종이 진단되면 생식세포 유전분석과 가족 상담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예후 분석에서는 종양을 완전히 절제한 환자(수술 전절제)군의 생존율이 비전절제 환자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영아형 교종은 예후가 비교적 좋아 불필요한 방사선 치료는 장기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환자 상태와 수술 범위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승기 교수는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예후 개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신경종양학 어드밴스(Neuro-Oncology Advances)' 최근호에 게재됐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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