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아픈 대상포진…무료접종 하세월, 의료계 '발끈'

가정의학회 등 학계 "예방 가능한 질환임에도 도외시"
가격 편차 상당…정부 "도입 방안 협의, 긴밀히 추진"

옷깃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는 '대상포진' 환자가 늘고 있으나 무료 예방접종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무료 접종이 국민 의료비는 물론 사회·경제적 부담까지 줄일 수 있으니, 필요성을 따져보자는 제안이 뒤따르고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옷깃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는 '대상포진' 환자가 늘고 있으나 무료 예방접종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무료 접종이 국민 의료비는 물론 사회·경제적 부담까지 줄일 수 있으니, 필요성을 따져보자는 제안이 뒤따르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가정의학회·대한노인병학회·대한류마티스학회·대한신장학회·대한장연구학회·대한통증학회 총 6개 의학단체는 최근 대상포진 백신 예방접종 무료화(국가필수예방접종(NIP) 도입)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치료 중심의 사후 대응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며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을 주장했다. 아울러 노인 건강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고령층 무료 예방접종이 개인 치료비 절감을 넘어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대상포진이 대표적인 예방 가능 질환임에도 정부의 정책에 도외시되고 있다"며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 주요국 사례처럼 우리 정부 역시 고령층 접종 무료화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총 6개 의학단체는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 주요국 사례처럼 우리 정부 역시 고령층 접종 무료화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의 대상포진 백신 예방접종 무료화(국가필수예방접종(NIP) 운영) 사례.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는 2020년 72만 4022명에서 지난해 76만 2709명으로 5.3% 증가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45만 5712명에 달한다. 최근 6년간 총 355만 943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재활성화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지난해 기준 환자의 63%는 50대 이상, 그중 18%는 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 자가면역질환자는 일반인보다 발병 위험이 상당히 컸다.

또 대상포진 환자의 5~30%에서 발생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며 우울증·삶의 질 저하까지 일으킨다. 한마디로 여러 질환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고위험군에서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높아 환자 본인에게는 물론,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의 '국가예방접종 신규 도입 및 대상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1년 대상포진 환자의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관련 총 의료비는 각각 1837억 원, 1221억 원에 달했으며 1인당 의료비는 고령일수록 늘어났다.

한국인이 포함된 사회적 비용 연구에서도 대상포진 환자의 57.7%가 대상포진으로 인해 업무에 손실이 발생했으며 업무를 하더라도 효율은 50.3%로 낮게 측정됐다. 환자의 삶의 질(EQ-5D) 점수 역시 발병 전 0.91에서 0.65로 떨어진 데다 180일간 이같이 지속됐다고 알려졌다.

접종 무료화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거론됐으나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윤석열 정부 대선 공약이기도 했으며, 현재 국회에도 관련 법률 개정안이 2건 발의돼 있다. 올해 정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상포진 접종 예산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최종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진행 중이지만 예산에 따라 백신 종류와 지원 대상도 다르다. 올해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72곳에서 시행 중인데 약 95%에서 생백신만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암이나 장기이식 등으로 인한 면역 저하자들은 생백신을 접종할 수 없어 실제 접종은 힘든 상황이다. 대상포진 백신은 1회 접종하는 생백신과 2회 접종하는 사백신(유전자재조합)으로 나뉘는데 사백신이 생백신보다 예방 효과와 대상포진 후유증 감소 효과가 높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은 대상포진 백신의 NIP 도입 필요성을 공감한다면서 비용-효과 분석과 우선순위 평가를 통해 도입 타당성은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다만 대규모 예산 투입이 예상돼 정부 내에서 도입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고령층 도입을 우선 추진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추후 도입 타당성과 예산 확보 상황 등을 고려해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으로선 지자체 지원도 없이 접종을 희망한다면 본인이 건강보험 비급여로 부담해야 한다.

국산 생백신(스카이조스터주)는 최저 7만 4700원에서 최고 30만 원, 수입 생백신(조스타박스주)는 최저 7만 5000원에서 최고 40만 원, 수입 사백신(유전자재조합·싱그릭스주)는 최저 13만 원에서 최고 42만 원에 맞을 수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접종 부담은 큰 상황이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6개 학회는 "국가 차원의 형평성 있는 예방접종 정책이 검토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고령층의 삶과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다시 점검하고, 대상포진 국가예방접종 도입과 성인 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정책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