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숨쉬기 힘들게 하는 '이 병'…정기 검진으로 파악
폐 조직 굳어지고 탄력 잃으며 산소 교환 힘들게 해
만성 기침이나 호흡곤란 2주 넘어가면, 진료 받아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는 15일(매주 10월 둘째 주 수요일)은 폐 건강의 중요성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지정한 '폐의 날'이다. 여러 폐질환 가운데 숨 쉬는 게 당연하지 않게 되는 병이 있다. 폐 조직이 점점 굳어지고 탄력을 잃으면서 산소 교환이 어려워지는 '특발성 폐섬유증'이다. 대표적인 간질성 폐질환 가운데 하나로, 원인을 알 수 없이 진행한다.
간질성 폐질환은 폐포와 폐포 사이의 간질(interstitium)에 염증과 섬유화가 일어나 폐가 서서히 굳는 병들을 통칭한다. 간질성 폐질환은 200여 가지 이상으로 분류될 만큼 원인과 양상이 다양하다. 직업적 분진 흡입, 약물 부작용, 자가면역질환 등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는 2000명당 1명 수준으로 보고되지만, 고령 인구가 늘면서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60대 이후에서 많이 발병하고, 흡연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예후가 나쁜 편에 속하며, 증상 발현 후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평균 생존 기간이 3~5년 정도로 알려졌다.
초기 증상은 가래 없는 마른기침이 몇 주 이상 지속되고 좀 더 진행되면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서 호흡곤란이 온다. 처음에는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점차 평지를 걸어도 숨이 가쁘고 피로감을 호소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말기에는 산소 공급을 지속해서 받아야 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한다.
박성우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초기 증상이 감기, 천식, 만성기관지염 등 흔한 호흡기 질환과 비슷해 간과하기 쉽다. 이미 손상된 폐 병변은 회복되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면서 "만성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진단을 위해서는 폐 기능 검사와 고해상도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을 진행한다. 필요에 따라 기관지경을 통한 폐 조직 검사나 흉강경을 통한 수술적 폐 조직 생체검사를 할 수도 있다. 폐 하부에서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로 청진이 되는 특유의 수포음도 단서가 된다. 또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전문가의 다학제 진단을 통해 정확도를 높인다.
아직 폐의 섬유화를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그러나 피르페니돈, 닌테다닙 등의 항섬유화제 약물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급성 악화를 줄여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인 새로운 항섬유화 치료제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다만 일부 환자는 폐 이식이 유일한 근본 치료법이 될 수 있다.
김경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더 이상 드물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환자 수가 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생존을 좌우한다"며 "치료제 발전과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로 생존 기간이 개선되고,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조언했다.
병의 진행을 늦추려면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금연은 기본이며, 독감·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감염으로 인한 폐렴 발생 또는 폐섬유화증의 급성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숨이 차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은 피하고,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예방이 쉽지 않은 질환이라, 증상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진단받는 게 곧 최선의 예방법으로 거론된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생활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 특히 55세 이상, 흡연력, 가족 중 폐질환이 있거나 분진에 노출되는 직업군이라면 정기적인 폐 검진이 필요하다고 의료진들은 당부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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