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궁파열 산모와 아이 지켜낸 협진…"난임, 조기진료가 희망"
김수민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
"AI 배아 선별·PRP·줄기세포·난자냉동 등 신기술 임신 가능성↑"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임신이 잘 안된다고 혼자 힘들어하지 마시고, 최대한 빨리 전문 진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임신 8주 차에 암 진단과 자궁 파열을 동시에 겪은 30대 산모가 분당차여성병원의 산부인과와 외과, 난임센터의 다학제 협진 덕분에 암을 치료하고 임신 35주에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김수민 난임센터 교수도 이 협진에 참여했다.
김 교수는 지난 1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난임 시술 과정이나 임신 중에도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분당차여성병원은 여러 진료과가 긴밀히 연결돼 있어 환자의 안전한 출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난임 환자들에게도 "임신이 잘 안된다고 혼자 힘들어하지 마시고, 최대한 빨리 전문 진료를 받으시길 권한다"라고 당부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난임 시술 건수는 2022년 20만1611건에서 2024년 25만9740건으로 증가했다. 김 교수는 "결혼·출산 연령이 늦어진 것에 더해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난임센터를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과거엔 난임을 부끄럽게 여겼지만, 지금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난임 원인은 남녀가 절반씩 차지한다. 그는 "정자도 나이가 들면 DNA 변성이 늘어난다"며 "35세 미만은 시험관 시술 임신 성공률이 40%지만, 40세 이상은 10~15%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연령 제한을 없애는 등 지원을 늘리고 있다. 김 교수는 "포기했던 고연령 환자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비급여 약제가 많아 경제적 부담이 여전하다"며 "취약 환자를 선별해 지원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리 지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신체적으로 건강해도 '남들은 다 하는 임신을 못 한다'는 상실감으로 우울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리지원이 제도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병원 진료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난임 부부 심리상담센터 설치가 포함됐다.
난임 치료에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 난임 환자들의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김 교수는 "AI가 배아의 질을 판별해 임상 적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나 줄기세포 연구도 난소·자궁 내막 활성화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수많은 배아 이미지를 학습해 착상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더 정밀하게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난소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자가 혈소판이나 줄기세포를 활용하면 난소와 자궁 내막의 회복을 도와 임신 가능성을 높인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는 난자냉동 역시 환자에게 '임신 시기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김 교수는 분당차여성병원이 난임치료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했다. 차병원은 국내 민간병원 최초 시험관 아기 출산을 시작으로, 난소 없는 여성 임신 성공, 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 임신·출산 등 세계적 성과를 기록했다. 이후 난자냉동법 개발, 난자은행 설립, 암 환자의 난자 동결 임신 성공까지 이어지며 국내 난임 치료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김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난임은 단기 치료라기보다 장기 치료에 가까운 만큼 패배감이나 절망감에 빠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의료진을 믿고, 본인을 믿고,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주시면 길이 보일 수 있습니다. 감정에 매이지 말고 의료진과 긴밀히 상담하며 임신을 준비한다면 많은 분이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민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 프로필
△삼성서울병원 난임센터 임상강사 △동탄제일아이희망클리닉 전문의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조교수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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