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年 2000억 건보재정 아낄 수 있어…"국민 위해 시급"
수사 11개월→3개월 단축…"돈 빼돌리기 전 신속 동결·환수"
국회 법사위 계류…서영석 "성공 사례 있는 만큼 추진 시급"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수년간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었던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도입이 이번에는 이른 시일 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서 과거보다 강력하게 추진되는 양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어 각계는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번번이 의사단체 반대로 좌초됐던 건보공단 특사경 법안은 현 정부에서 주목받는 모습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특사경을 도입하겠다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보건복지부도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행정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22대 국회에서도 79명에 달하는 의원이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설치한다는 골자의 법안을 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전국 17개 시도광역의회와 226개 기초의회도 '특사경 도입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지지를 보냈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까지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사경 제도는 전문 분야의 범죄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한다. 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사무장병원·면허 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 수사를 공단이 직접 도맡게 된다.
평균 11개월에 달하는 경찰 수사 기간을 약 3개월로 대폭 단축해 불법으로 편취한 범죄자들이 재산을 빼돌리기 전 신속하게 동결하고 환수하는 게 핵심 목표다. 공단은 "불법개설기관 적발에 대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 등을 고려해 공단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고 시급하다는 이유는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 때문이다. 의료인이 아닌 이가 명의만 빌려 불법으로 운영하는 이들 기관은 돈 벌 궁리만 하며 과잉·불법 진료를 일삼았고 건보 재정을 축냈다.
특히 화재로 47명 사망·112명 부상이라는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A 병원 역시 사무장병원이었다. 이 병원 조사 결과, 안전관리 소홀, 건물 불법 증·개축 사실이 드러났다. 간호조무사를 성형외과 전문의로 둔갑시킨 B 의원은 환자 4명에게 수술 부위가 곪거나 눈이 감기지 않게 했다.
이런 불법 기관이 타간 부당 청구 금액은 지난 6월 기준 2조 9104억 원, 건보 재정으론 연간 2000억 원꼴이다. 이는 65세 이상 치매 환자 약 98만 명에게 300만 원의 간병비를 줄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긴 수사 기간 범죄자들이 재산을 은닉해 버려 실제 징수금은 8.45%에 그친다.
3조 원에 육박한 국민 건강보험료가 범죄자 주머니로 들어가고 회수도 불가능한 상태가 된 셈인데 공단은 "암 환자 페이백, 조직폭력배 미용성형 병원 개설 등 무면허 수술, 비급여 진료 양산 등 국민이 피해를 보는 범죄를 신속히 단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공단 특사경 제도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과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제도적 장치로 이는 국가 정책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장기적으로는 보건의료 질서 확립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권한이 부여되면 불법개설기관 범죄에만 수사 역량을 집중하므로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 이를 통해 지킨 건보 재정은 전 국민 급여범위 확대와 보험료 부담 경감에 활용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공단 특사경 법안 통과에 국회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련 법안을 대표로 발의한 바 있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 소속·경기 부천시갑)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 요양기관 개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처음부터 불법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법을 저질렀을 때 이를 단속하고 부당이득을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서 의원은 또 "금융감독원 등 이미 성공적으로 특사경이 운영되는 사례가 있는 만큼, 건보공단의 전문성을 활용해 불법 요양기관 개설 행태를 근절할 수 있도록 특사경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첨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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