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중보건의·방역수의사 3년내 소멸…복무기간 단축 시급"

이성환 대공협 회장·김민성 대공수협 회장…'37개월→24개월' 제안
제도 위해 국방부 중심 관계부처 검토 촉구…"열악한 처우도 개선"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왼쪽)과 김민성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공중보건의사, 공중방역수의사는 3년 안에 사라집니다. 의료 공백, 가축방역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인력 배치를 효율화하고 처우 개선에 나서는 한편 37개월인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줄여야 합니다."

의사·수의사·변호사의 병역 대체복무제도인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공중방역수의사(공방수) △공익법무관 지원자가 최근 급감한 가운데 수년 내 멸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된 요인은 일반 현역 입대에 비해 긴 복무기간과 열악한 처우 등으로 거론된다.

이에 당사자 단체 대표들은 지속 가능성 원칙에 따라 하루빨리 기간 단축을 논의하자며 처우 개선과 인력배치 효율화까지 촉구했다. 뉴스1이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29·전북 진안군의료원)·김민성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장(27·경북 포항시청 축산과)을 만나봤다.

매년 급감, 의대생 등 기피…복무 기간 줄이며 운영 방식 고칠 때

공보의 제도는 미필 의사·치과의사·한의사를 군 복무 대신 의료 취약지역인 농어촌 등에서 3년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공방수 역시 이 기간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한다. 수년 전부터 모집 인원이 줄고 있는 상황 역시 유사하다.

공방수는 2023년 127명, 지난해 103명, 올해 102명으로 감소 추세다. 3년 연속 통상 연간 정원인 150명을 채울 수 없었다. 김민성 회장은 "수의대생 다수가 (수의사 면허 취득 전) 현역 입대로 몰리고 있다. 과거에 비해 공방수·수의장교에 대한 메리트가 줄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과 공보의 충원율도 저조하다. 올해 배치된 인원은 250명으로, 2년 전(450명)보다 200명 줄었다. 병무청은 내년 200명으로 줄어든 뒤 2028년 100명을 거쳐 2029년 단 한 명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의정갈등 상황을 겪으며 현역 입대를 택한 의대생은 수천 명을 웃돈다.

이성환 회장은 "최근 입영 대기자였던 상당수 사직 전공의의 수련 재개로 내년에는 누가 입대하느냐도 문제가 됐다"며 "(이제) 군의관도 채울 수 없다. 지금 해결책이 없다면 공보의는 3년 안에 확정적으로 소멸한다"고 내다봤고 김 회장 역시 이에 동의했다.

김민성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장. ⓒ News1 이광호 기자

인력 부족으로 공보의·공방수 개인의 절대적 업무량은 늘어났다. 김 회장은 "가축사육 상황이나 업무량 등을 파악해 지역별 TO가 다른데 (잔류 공방수가) 여러 명인 지역부터 신규확충 인원을 줄이고 있다"며 "수의직 공무원도 부족한 시군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공보의 1명의 순회진료가 많게는 8개 보건지소에서 이뤄졌다. 응급실도 4인으로 운영돼야 하나 (지난해 의정갈등 당시 공보의들의 수련병원 파견으로) 2~3명만으로 운영된 사례가 있다"며 "공보의가 소멸하면 섬으로 갈 의사가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속 가능성 등을 위해서라도 복무기간 단축,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역이 18개월 복무하는 만큼 37개월에서 24개월 정도로 줄여보자고 제안했다. 대공협이 의대생을, 대공수협이 수의대생을 각각 조사한 결과 대다수는 24개월이면 복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공보의·공방수·공익법무관을 같은 기준으로 단축하면 되지 않을까. 현역과 업무 성격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대체 복무는 군사력 보강 대신 의료·방역·법률 등 국가 필수 공익 분야를 지탱하고 있다. 인력 부족에 따른 지역사회 공백으로 국민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께서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국방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여러 부처가) 제도 소멸을 두고 고민해달라"며 "충분한 전문 인력이 국가 공익을 위해 복무한다는 점에서 꼭 따져볼 문제"라고 했다.

"단순 보조 인력 아닌, 공적 인프라로 인식해달라"…정부에 '쓴소리'

이밖에 지역별로 근무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나, 근무에 따른 대우는 합당하게 보상돼야 하며 수년째 고착된 수당은 인상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공보의·공방수를 지속 가능한 제도의 공적 자원으로 인정해 주길 바란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 News1 이광호 기자

정부가 공공의료 육성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이 회장은 "공적 역할 확대·축소보다, 효율화 문제"라며 "취약지역이라면 공공의료원 꼭 필요하다. 그러나 환자를 덜 볼수록 편한 구조로 운영되거나, 지역에 지나치게 좋은 장비를 두는 게 좋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가축방역은 축산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보건·식량안보·경제적 피해 방지와 직결되는 국가 책무"라며 "대규모 가축 전염병이 반복되면서 현장 부담이 꾸준히 지적됐다.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닌, 공적 인프라로 육성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 노동력이 아니라 현장 전문성을 가진 수의 인력으로 (공방수가) 책임과 권한을 받아야 한다"며 "공방수를 가축방역관·검사관 등 전문 직역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연계가 필요하며, 수의직 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 등 국가 가축방역 체계를 강화할 때"라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지역 의료가 왜 열악할까. 적극적으로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등 사명감을 북돋아야 한다"며 "성과급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의료 인력 유인 등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된다. 본질을 해결한 뒤 지역의사제 등을 고민하자"고 했다.

이 회장은 "의정갈등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 (2000명 의대증원은) 방식이 문제였다. '전공의 처단' 등은 강력한 처벌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면서 "대공협은 앞으로 군의관 등의 처우와 취약지 개선 문제에도 정부, 각계와 함께 대화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