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일본 사례로 본 간병비 제도의 명암…"지속가능성 관건"[김규빈의 저널톡]
스페인 LTC 지출, 10년 만에 GDP 대비 1.8%...재정 부담 가중
간병은 단순 비용 아닌 다차원적 부담…"휴식권·건강권 함께 보장해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우리나라는 요양병원 간병비를 환자와 가족이 100% 부담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빚을 지는 사례가 흔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간병비 급여화는 부담률을 30%로 낮추는 획기적 전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연구들은 공적 돌봄 확대가 여성 고용과 가족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 동시에, 재정과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도 남긴다고 보여준다.
25일 게이오대학교 의학과 연구진이 장기요양 급여가 축소된 지역을 분석한 결과, 홈헬프 서비스 이용률은 6.2%p, 데이케어 서비스는 6.0%p 줄었다. 반대로 가족이 하루 3시간 이상 돌보는 비율은 7.4%p 늘었고, 보호자의 자가 건강 불량은 2.2%p, 우울 증상 2.7%p, 근골격계 통증 4.7%p 증가했다. 공적 지원이 줄면 가족의 건강이 곧바로 악화된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일본 교토대학교 사회학과 연구팀은 중년 여성 2000명을 10년간 추적했다. 부모 돌봄에 주당 5시간 이상 투입된 여성은 고용 유지 가능성이 뚜렷하게 낮아졌으며, 특히 정규직 여성의 고용 유지율은 20%p 가까이 떨어졌다. 돌봄이 곧바로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도쿄대학교 공중보건학과 연구진이 전국 표본 10만 명을 분석한 결과도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여성 비공식 간병인은 자가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할 위험이 비돌봄 집단보다 33% 높았다. 육아와 간병을 동시에 맡은 경우에는 위험이 42%까지 증가했다. 사회경제적 조건과 무관하게 간병이 건강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일본 사례가 가족 건강 악화와 여성 경력 단절을 보여준다면, 유럽 연구들은 공적 돌봄이 사회적 생산성 제고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부각한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보건경제학 연구팀은 OECD 20개국 패널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성 노동참여율이 1% 늘면 장기요양 지출은 1.48% 증가했지만, 보건의료 지출은 0.88% 줄었다. 또 장기요양 지출이 1% 늘면 이후 보건의료 지출은 0.6% 감소하고, 1인당 GDP는 약 0.2% 상승했다. 공적 돌봄이 복지를 넘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간병 부담은 단순한 비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간호대학 연구진은 33편의 기존 연구를 종합해 간병 부담의 속성을 △자기 인식 △다차원적 긴장 △시간에 따른 변화로 정리했다.
선행 요인으로는 재정 곤란, 다중 역할 갈등, 사회활동 부족이 지적됐고, 결과는 삶의 질 저하, 신체·정신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단순한 비용 보장만으로는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며, 건강권·휴식권까지 포함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페인 발렌시아대학교 보건경제학 연구팀은 일본과 스페인의 장기요양 제도를 비교했다. 제도 도입 후 10년 만에 두 나라 모두 공공지출이 GDP 대비 1%p 이상 늘었다. 일본은 세 차례 개혁으로 재정 압박을 완화했지만, 스페인은 공공지출이 2009년 GDP 대비 0.7%에서 2019년 1.8%까지 확대됐다. 결국 일부 지역은 현금 급여를 줄이고 서비스도 감축해야 했고, 가족이 다시 돌봄을 떠안는 '리버스 효과'가 발생했다.
인력 문제도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사회복지대학 연구팀은 만성질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3년간 추적했다. 돌봄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 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과업 난도가 높을수록 정서적 부담도 커졌다. 연구진은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 확대와 간병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일본과 유럽은 간병사 제도화와 외국인 인력 도입을 병행했지만, 서비스 질 저하와 언어 장벽 같은 부작용도 보고됐다.
결국 해외 연구들은 공적 돌봄 확대의 양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성 고용과 가족 건강을 지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하지만, 재정 부담과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뒤따른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추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200개 요양병원에서 시작해 2030년까지 500개 병원, 6만 명 규모로 확대하며 총 6조 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2028년이면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소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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