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자살자 1만명 밑으로"…10년 내 OECD 1위 '오명' 지운다

직장 괴롭힘 피해자 사망 등 물의 일으킨 사업장 엄정 조치
학교폭력 관계회복 숙려기간 도입-군 간부 심리검사 의무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 서울 마포대교에 '한번만 더' 동상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5년 안에 자살자를 1만 명 이하로 감축하고 10년 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불법추심·생활고·실업·범죄·재난 피해 등 정신적 위기를 초래하는 다양한 요인을 해소할 정책을 가동한다.

서민금융, 고용복지, 범죄피해자지원, 청소년상담 등 다기관 협업

정부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 등의 안건을 심의·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내 자살 문제가 심각하며,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방침을 강조해 왔다.

내년도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이 708억 원으로 전년대비 20.6% 늘어난 가운데 정부는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사회, 생명 보호가 일상이 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14개 부처가 참여했다.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28.3명 수준인 자살률을 2029년 19.4명, 2034년 17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이는 5년 내 자살자를 1만 명 이하로 줄이고 10년 내 OECD 가입국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극복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자살자는 1만 4439명이었다.

보건복지부 제공

사고가 발생하면 출동해 응급실 동행과 치료 과정 등을 지원하는 즉각·긴급 위기 개입을 강화한다. 경찰·소방 정보연계나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응급실 요청이 있을 때 가능했으나 개입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응급실 내원자를 상대하는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는 98개소까지 늘린다.

자살유족의 심리 상담, 임시 주거, 특수 청소, 법률 지원, 학자금 등을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는 전국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고위험군 조기 발굴, 복합적 고충 해결, 신속한 위기 해소 등을 목표로 복지부 자살예방센터 중심 아래에 다양한 취약계층 지원기관이 협업한다.

이들 기관의 초기 상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살 위험도 평가 지침을 개발·교육하고, 고위험군으로 판단된다면 관내 자살예방센터로 의뢰한다. 반대로 구직·채무·가족 문제 등 자살예방센터에서 미충족되는 고충은 유관기관 및 통합 관리 대상으로 의뢰·연계해 고충을 해결해 준다.

금융위 주관으로 소상공인·개인의 금융권 장기 연체 채권 일괄 매입 및 소각·채무조정, 불법추심 피해자 대상 채무자 대리인 무료 선임 지원 확대를 추진한다. 벼랑 끝 서민층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복지부는 긴급 생활 안정 지원, 생계급여 인상, 위기가구 대상 생필품 보급에 나선다.

학교폭력 예방 및 지원에 있어 교육부는 관계회복 숙려기간을 도입하고 피해 학생 지원 확대, 맞춤형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한다. 노동부는 직장 갑질 등 괴롭힘 예방교육·컨설팅과 더불어 피해자 사망 등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는 근로감독 등 엄정 대응한다.

여가부는 취약 및 위기 상황에 부닥친 가족에 상담·사례 관리·긴급 위기지원을 제공하고 성범죄 피해자 상담·치료, 수사기관 동행을 돕는다. 보이스피싱·전세사기 등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는 '다중 범죄'에 대응해 법무부는 엄정 수사, 몰수·추징 등 피해자를 보호한다.

복지부는 재난피해 극복, 중독자 회복을 위해 트라우마 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일상 회복과 장기적 추적 관찰을 통한 지속 관리를 제공하며 '중독자 치료·회복 지원법' 제정 등을 추진한다.

경찰청과 소방청은 경찰관·소방관 등 위험 직무 종사자의 현장 대응 트라우마 극복을 지원하며 합리적인 교대근무 여건을 조성한다. 국방부는 모든 간부 대상 심리검사를 의무화하고 모바일 심리검사 구축,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배치 확대 등에 나선다.

풀뿌리 체계 구축…구조적 요인 각 부처가 적극 대응, 상황 점검

지방자치단체마다 '자살예방관'을 지정해 책임을 부여하고 자살예방 전담 조직·인력을 보강해 보건소가 모든 일을 하는 체계를 개선하며 자살예방·위기 대응 업무를 효율화하고 기획·협업을 강화한다. 한마디로 지역 현장 중심의 '풀뿌리 자살예방 전담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 이행을 위해 합동 평가 지표를 개선하고 시도 관계관 회의를 정례화해 평가·점검을 강화한다. 시군구, 읍면동 사회보장 협의체에 자살예방분과를 세우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 과정에서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한다.

보건복지부 제공

과학적 근거 확립을 위해 모든 자살자를 대상으로 소득·재산·질병·진료이력 등을 분석하고 지자체 사망자 형사사법 정보 공유, 자살시도자 정보 모니터링·분석 체계를 마련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자살예방상담 전화 상담 내용과 온라인 유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자살예방상담 전화 109의 제2센터를 추가 설치하고 고립·은둔 청년 대상 일대일 온라인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밖에 정책위 산하에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고 구조적 요인에 대해 관련 부처가 적극 대응·개선하도록 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