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땜빵 그만" "PA 계약 연장 없다"…잇따른 복귀에 병원 혼란
수도권은 숨통, 지방은 인력난…일선 현장, 응급실·수술장 차질
의료계 "같은 혼란 반복될 것"…병원장들 PA 운용 두고 고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병원을 떠나 사실상 수련을 중단했던 전공의들이 다시 현장에 복귀하면서 진료 체계가 정상화되는 듯 보이지만, 수술장과 응급실 등 핵심 부서에서는 또 다른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전공의 부재를 대신해 투입됐던 PA(Physician Assistant·진료지원) 간호사들이 원래 부서로 돌아가거나 계약이 종료되면서 일정 지연과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소재 일부 대학병원은 PA 간호사들에게 계약 연장이 어렵다고 통보하고, 신규 채용 공고를 냈다. 전공의가 복귀했고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예정대로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주요 병원들도 "전공의 복귀에 맞춰 임시 계약을 정리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이 때문에 계약직 간호사들은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병동 등 원부서로 복귀한 간호사들은 새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이탈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건수는 평년 대비 최대 15% 줄었다. 병원들은 병동·외래 간호사를 전환 배치하거나 PA 간호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해 공백을 메웠지만, 전공의 복귀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인력은 다시 원부서로 돌아가거나 계약이 종료되고 있다. 전공의 모집 충원율도 59.1%에 그쳐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일부 병원은 PA 간호사 계약을 예정대로 종료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PA 간호사의 근무 형태는 다양하다. 정규직 간호사를 파견 형식으로 전환 배치하기도 하고, 단기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기도 했다. 응급수술이나 고위험 수술을 담당하던 PA 간호사 상당수는 전문성을 갖췄지만,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언제든 계약이 종료된다.
현장에서는 PA 간호사가 전문성을 갖추고도 제도적 근거가 없어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대학병원 소속 PA 간호사 A 씨는 "전공의 복귀로 인해 (인근 대형병원으로 수술을 받으러 간다는 환자들이 있어) 수술 건수가 30건에서 20건으로 줄며 한때 여유가 생겼지만, 곧 인원 감축 이야기가 나왔다"며 "계약직 신분이라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PA 간호사 B 씨도 "동료들이 요양병원이나 로컬병원으로 이직을 시도하지만, 예전과 달리 유휴 간호 인력이 많아 취업이 쉽지 않다"며 "'전공의 공백 땜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이처럼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복귀로 진료 공백이 일부 해소되는 모습도 나타나지만, 동시에 인력 운용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중소병원은 전공의 충원율이 여전히 낮고, 임시 투입된 PA마저 빠져나가면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간호사 듀티표(3교대 근무표)를 채우지 못하고 병상 가동률을 줄이거나 수술 일정을 축소하고 있다.
한 지방 병원장은 "전공의가 모두 복귀할 거라고 믿어 간호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며 "하지만 (간호사를) 뽑지 않으면 병원 운영이 안 되니 고민이 깊었다. 교육을 시킨 인력들을 갑작스럽게 병동에 배치하는 것도 병원 운영 입장에서는 아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런 상황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PA 간호사가 법적으로 별도 직역으로 인정되지 않아 병원마다 재량에 따라 임시 투입과 계약 종료를 반복해 왔고, 이 때문에 '땜질식 인력 운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교수 C 씨는 "PA는 이미 병원에서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법적 지위가 모호해 늘 임시방편에 그친다"며 "전공의 충원 여부에 따라 일자리가 흔들리는 구조는 환자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온 현실과 의료 인력 간 업무 조정 요구를 감안할 때, 이번 상황은 의료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가 인력 구조 전반을 재정비하지 못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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