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직 생소한 HIV 진단 당일치료…"감염인 용기 북돋을 일"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간극 해소 제언
"치료는커녕 검사 받으러도 오지 않아…접근성 확대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는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최근 1차 선별검사 이후 2차 확인검사 즉시 감염내과 진료와 약 처방까지 연계 가능한 '당일진단-당일치료'(Same-Day ART) 체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일선 의료 현장에선 생소한 정책 탓에 충분히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정책과 현장 사이 틈에 대해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뉴스1>에 "사회적 낙인으로 치료는커녕 검사받으러 병원에 오지 않는 이도 많다"고 밝혔다.
김태형 교수는 "위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바로 소화기내과 진료를 거쳐 치료가 이어지는 일처럼 HIV 진료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변화하고 있다"며 "조금만 용기를 내 치료를 시작한다면 HIV는 더 이상 삶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없다"고 소개했다.
HIV는 감염되면 면역체계가 서서히 약해져 치료를 받지 않으면 후천성면역결핍증 'AIDS(에이즈)'로 진행된다. HIV에 걸렸다고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게 아니며, 조기 치료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어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검사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 2005~2006년만 해도 HIV 진단 후 치료까지 평균 6개월(201일)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확진 판정받을 때까지 치료를 마냥 미루거나 치료를 포기하고 병원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기회를 놓치면 환자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 바이러스 전파 우려도 커진다.
김 교수는 "확진 직후 겪는 심리적 충격과 사회적 낙인의 무게가 영향을 줬다. 편견과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뿌리 깊다. 감염인 스스로 암 진단에 비견될 만큼 큰 충격을 경험한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때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보건소에서 HIV 확진을 받고 20년 만에 병원에 온 감염인도 있었다. 보건소와 병원은 불과 몇 분 거리였다"며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각종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로 병원에 왔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20~30대 젊은 층에서 HIV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치료가 더뎌 건강뿐 아니라 사회 활동의 기회까지 잃게 되면 큰 손실"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치료할수록 건강 회복도, 기대 수명 연장도, 정서적 적응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질병청도 지난해 3월 관리대책과 지침을 발표·개편하며 HIV 감염인 진료비 지원 사업을 최종 확진일에서 확인검사 의뢰일을 앞당겼다. 올 들어선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상근하는 민간 의료기관과 의과대학에도 HIV 확인검사를 허용했다.
당사자는 1차 선별검사 이후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2차 확인검사를 의뢰하는 즉시 감염내과 진료와 치료제 처방까지 연계 가능한 '당일진단-당일치료'(Same-Day ART) 체계에 따를 수 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확진 여부 관계없이 HIV 진단 코드를 입력하면 중증질환으로 인정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으며, 중증질환 신고 내역은 해당 병원만 조회할 수 있도록 해 감염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아직 실무 프로세스를 구체화하는 단계라, 실제 변화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동네 의원으로 확진 가능 기관에 확대되는 게 HIV 치료 시작 시점을 앞당기는 데 큰 진전이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첨언했다.
현재는 동네 의원에서 HIV 양성 결과가 나와도 질병청의 최종 확정 통보 이후에 감염내과가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할 수 있으나 자체적으로 확진을 확인, 신고한 뒤 바로 전문 치료기관으로 연결한다면 기간 단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미해결 과제가 남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사회적 낙인이 가장 근본적 문제"라며 "진단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현장은 보건소와 성소수자 에이즈예방센터(iSAHP·아이샵)에 의존하나, 대만은 자가검사비 환급 등 검사를 쉽게 받을 환경을 적극 조성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진료비 지원 체계도 개선돼야 한다. 진단 시점에서 곧바로 비용 지원이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양한 치료제가 존재하나 일련의 사전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인데, 진단 즉시 투약 가능한 범용적인 치료법도 중요하게 요구된다고도 했다.
끝으로 "많은 감염인이 두려워하는 일은 검사가 아니라 검사 이후의 복잡한 절차"라며 "진료실에 오는 분 중에는 다양한 전문직에 종사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또 젊고 재능 있는 이들이 많다. 용기를 내 치료를 시작하자고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프로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외래진료부장 △대한에이즈학회 기획이사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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