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예산 137조 편성…"현장 정착·재정 지속성은 과제"
보건의료 예산 4조6707억…전년보다 11.8% 증가
장기재정 기반 미비…필수과 인력 정착엔 '제도적 장치' 필요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가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필수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지원을 확대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단기적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액 규모가 최근 5년 평균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지역·필수·수련체계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29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이 의결됐다. 내년도 복지부 총지출은 올해 125조4909억 원에서 137조 6480억 원으로 9.7% 늘었다. 이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 예산은 4조1764억 원에서 4조 6707억 원으로 4943억 원(11.8%) 증가했다. 이는 전체 정부 지출 증가율(3.2%)보다는 높지만, 최근 5년간 평균 증가율(11%)에는 미치지 못하며 확대 폭은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필수과목 전공의 수련수당 확대, 응급의료기관 융자 프로그램 신설, 인공지능(AI) 기반 진료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을 담았다. 달빛어린이병원은 93곳에서 120곳으로 확대하고, 지역모자의료센터는 10곳에서 15곳으로 늘린다. 응급·외상 대응 강화를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 보조금은 연간 2억 5000만 원에서 6억 원으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억 4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각각 증액됐다.
다만 소아,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일부 사업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비만을 비롯해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지표가 악화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성인과 노인 위주의 정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며 "아이들의 건강이 사실상 방치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은 배정됐지만, 집행을 위한 세부 계획과 제도적 기반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도 전공의 수련비와 수련교육·평가체계 개편에는 총 970억 원이 배정됐다. 필수과 전공의에게는 수련수당 397억 원이 유지되며, 책임보험료에 대한 국비 지원 비율도 기존 30%에서 50%로 상향돼 부담을 덜게 됐다. 진료지원간호사(PA) 제도도 처음으로 반영돼, 교육과 진료지원 인프라 강화에 예산이 투입된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전공의 수련의 질이 실질적으로 높아지는 방향으로 예산이 쓰여야 한다"며 "병원이 기존에 자체적으로 부담하던 비용을 단순히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추가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집행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과 지원 인력이 현장에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과제로 꼽힌다. 최근 지방 국립대병원을 사직한 한 전공의는 "지원금만으로는 의사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남을 동기가 부족하다. 시설은 있어도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수가 구조 개편과 근무 체계 개선 없이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국가 재정 10조 원, 건강보험 10조 원 등 총 20조 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정적인 세입 기반 마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개혁 정책은 일단 시행하면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당장은 단기 투입이 가능하겠지만, 수년 뒤에도 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 기반을 확실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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