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4명 중 1명 정신질환…우울·불안이 생활 제약 2위 요인

정신건강 문제, 주거·고용 불안과 맞물려 사회적 고립 심화
보건사회연구원 "정신건강 지원체계 강화가 핵심 과제"

노숙인의 질환별 유병비율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노숙인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만, 상당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과 불안이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생활 제약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해 신체질환 못지않게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숙인 가운데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비율은 25.8%로 집계됐다. 이는 대사성 질환(41.2%) 다음으로 많았다. 이후로는 치과질환(16.4%), 관절질환(14.8%), 척추질환(9.6%) 등이 뒤를 이었다.

우울증 문제도 두드러졌다. CES-D(우울증 자기평가 척도) 11문항으로 평가한 결과, 전체 노숙인의 우울증 '유력' 비율은 28.7%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세 미만이 33.9%로 가장 높았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정신건강 문제는 일상 유지에도 직결됐다. 전체 노숙인의 일상생활 제한 경험률은 30.9%였으며, 주요 요인 가운데 1위는 정신지체(26.2%), 2위는 우울·불안·정서상 문제(23.0%)였다. 이어 무릎·다리통증(17.7%), 관절염·류머티즘(15.6%), 고혈압(11.6%), 골절·관절부상(10.8%), 당뇨병(7.7%) 순으로 나타나, 정신건강 문제가 신체질환보다 더 큰 제약 요인으로 드러났다.

음주 문제도 정신건강과 맞닿아 있었다. 전체 노숙인의 음주율은 25.8%로 일반 성인(57.4%)보다 낮았지만, 거리 노숙인은 절반 이상이 음주를 하고 있었다. 음주자 중 문제성 음주자로 분류된 비율은 23.7%였으며, 거리 노숙인은 34.7%에 달했다.

응급실과 입원 경험도 적지 않았다. 지난 1년간 노숙인의 응급실 이용률은 7.0%였고, 1인당 평균 이용 횟수는 1.5회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입원 경험률은 11.7%로 늘었으며, 재활시설 거주자가 가장 높고 거리 노숙인이 가장 낮았다. 건강이 악화한 뒤에야 의료기관을 찾는 노숙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노숙인 집단은 일반인구에 비해 신체 건강 문제로 인한 활동 제한뿐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 유병률이 크게 높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노숙인 지원체계에는 정신건강 지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정신건강 지원체계가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