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상담했더니 자살 재시도 등 행동 70% 감소…예방 효과 입증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우울장애 환자들을 의료진이 매달 관리하고 도왔더니 환자 10명 중 7명은 다시 자살 관련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에게 개입해 지역사회까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제언이 이어졌다.

1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PACEN)에 따르면 백종우 경희대의대 교수가 자살 생각을 가진 주요 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기반 집중 사례관리'를 한 결과, 자살 행동 재시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7.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그간의 자살 예방 개입은 자발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를 중심으로 제공돼 자살 시도 경험이 있거나 정신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에 대한 접근은 제한적이었다.

또한 현행 병원 기반의 사례관리 사업은 응급실 내원자 또는 입원 후 퇴원 예정자만을 대상으로 해 적용 범위가 협소하고 서비스 강도 및 지속성이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자살을 생각한 주요 우울장애 환자 24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한 그룹은 6개월간 매달 의료진이 대면 상담 등 사례 관리를 했고, 대조군은 환자가 필요할 때 따라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통상적 관리를 받게 했다.

그 결과 사례 관리군에 속한 환자 70%는 자살 행동을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대조군의 자살 행동 재시도 중단 비율(60%)보다 높았다. 사례관리군은 대조군보다 자살 생각이 24% 감소했다. 우울과 불안 증상도 대조군에 비해 각각 53%, 135% 더 크게 개선됐다.

더욱이 6개월 중재를 못 마친 환자 중에서도 병원 기반 관리를 받은 경우 자살 재시도로 인한 입원이 1명이었던 반면, 통상적 관리를 받은 경우 입원이 5명, 실제 사망이 1명 발생했다. 이는 병원 기반 서비스가 자살 예방에 기여했음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병원 중심 개입으로 시작해 일차의료기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로 관리체계를 점진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면서 "사례관리자의 전문성 유지와 질 관리를 위해 수가 설계 및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