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5명 "정신건강 좋지 않다…경쟁·성과 강조 때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사…"소득 낮을수록 정신건강 지표 나빠"
"'공정성 신뢰' 상실 심각…신뢰 회복 없이 정신건강 증진 어려워"

우리 사회 정신건강에 미치는 사회 분위기.(서울대 보건대학원 BK21 통합대응 교육연구단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국민 10명 중 5명은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BK21 건강재난 통합대응 교육연구단이 실시한 '2025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1%)가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 '좋다'고 답한 비율은 11.4%에 그쳤다.

사회적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으로는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1순위 37.0%)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1순위 22.3%)가 가장 많이 꼽혔다. 또 정치·사회·경제적 변동이나 대형 재난 등이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데 91.1%가 동의했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위기 경험이 동시에 있었던 고위험군은 전체의 24.1%였다. 이 집단은 우울(68.4% 중간 이상), 울분(평균 2.4점), 삶에 대한 불만족(45.4%) 모두 전체 평균보다 심각했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정신건강 지표는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단이 월소득 기준으로 불안, 외로움 정도를 조사한 결과 200만 원 미만 집단이 불안(2.4점), 외로움(1.5점) 등 모두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월 소득 수준에 따른 불안 수준.(서울대 보건대학원 BK21 통합대응 교육연구단 제공)

정신건강 위기 경험도 상당했다. 지난 1년간 기존 역할이나 책임 수행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건강 위기를 경험한 응답자는 전체의 27.3%였고 이들 중 절반 이상(51.3%)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위기 경험자 중 60.6%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 '우려와 낙인 두려움'(41.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울분 지표 역시 악화됐다. 심각한 울분(2.5점 이상) 비율은 12.8%, 장기적인 울분 상태(1.6점 이상)는 54.9%였다. 이는 지난해 조사(9.3%, 49.2%)보다 모두 상승한 수치다. 울분을 유발하는 정치사회적 사안으로는 △정부 비리·은폐(85.5%) △정치·정당 부패(85.2%) △안전관리 부실 참사(85.1%) 등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정치사회적 불공정성 인식도 심각했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공정하다'는 진술에 69.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정의는 언제나 불의를 이긴다'는 진술에도 60.1%가 부정적이었다. 조사단은 공정세계 신념이 낮을수록 울분 점수는 높아지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치사회적 울분 수준은 지난 2021년, 2024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일관되게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어 사회의 구조적 불신과 피로감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조사단 설명이다.

조사를 총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 인식은 나빠졌지만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며 "문제 인식과 적극적 대응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회적 불공정과 부조리가 반복되면서 개인의 무력감과 울분이 심화되는 구조적 악순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호 단장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경제불안 등 거시환경 변화가 정신건강 악화를 부르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예방 대책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을 통해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3%p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