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산 깎인 복지부 R&D 159개…기존 투자까지 '매몰' 우려

계속사업 35개 계획보다 1063억원 감액…한국형 ARPA-H 413억원 줄어
연구기간·목표는 그대로…156개 과제 수행기관에 사전 통보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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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정부가 진행 중인 보건의료 연구개발(R&D) 과제 159개의 내년도 예산을 줄이면서도 연구기간과 목표는 조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기관 대부분에는 감액 사실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연구 중단과 일정 지연, 인력 이탈로 기존에 투입된 예산까지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2027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진행 중인 보건의료 R&D 과제 159개의 예산을 감액했다.

당초 투자계획보다 예산이 줄어든 과제가 87개였고,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감액된 과제는 72개였다.

사업 단위로 보면 당초 투자계획보다 예산이 줄거나 성과평가에 따라 감액된 계속사업은 35개다. 이들 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기존 계획보다 총 1063억 원 적게 반영됐다.

주요 사업별 감액 규모는 정부가 지난 2024년 출범시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가 413억 원으로 가장 컸다.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은 131억원, 감염병 예방·치료기술 개발 사업은 104억 원 줄었다.

문제는 예산이 감액된 159개 과제의 연구기간과 연구 목표·범위는 모두 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은 기존에 설정된 목표를 줄어든 예산으로 그대로 수행해야 한다.

복지부는 159개 가운데 156개 과제의 수행기관에 예산 감액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 R&D는 기초연구와 기술개발을 시작으로 비임상시험, 임상시험, 현장 실증까지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다. 연구가 진행될수록 환자 모집과 데이터 구축 등 비용이 많이 필요한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중간에 예산이 줄면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주요 의료기관에서 관련 과제를 수행하는 한 연구자는 "보건의료 R&D는 초기에는 기술개발과 기초 검증이 중심이지만 연구가 진척될수록 임상시험, 다기관 실증, 환자 모집, 데이터 구축, 시제품 제작 등 실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계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 중인 연구의 예산이 줄면 앞선 몇 년간 쌓아온 연구성과를 최종적으로 검증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기관이 부족한 예산을 자체적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임상시험이나 실증 일정을 늦추거나 연구인력을 줄여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가 중단되면 이전 연도에 투입한 연구비와 그동안 축적한 성과까지 매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국내 주요 의료기관 연구자는 "보건의료 기술은 연구 속도도 중요하다"며 "연구가 1~2년 지연되는 사이 기술환경이나 진료현장이 바뀔 수 있고, 해외 경쟁기술이 먼저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AI, 디지털헬스, 첨단바이오 분야에서는 연구 지연이 곧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연구비를 조정할 필요가 있더라도 감액 규모에 맞춰 연구 목표와 기간을 함께 조정하거나, 수행기관과 사전에 협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보건의료 R&D는 단년도 사업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축적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최종 결과를 만드는 사업"이라며 "계속과제 예산을 충분한 협의 없이 줄이면 연구가 중단되고, 그동안 투입한 국민 세금까지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뉴스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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