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단장 "기술이전은 중간성과…글로벌 허가까지 가야 성공"
[인터뷰] 국가신약개발사업 후반 5년 '선택과 집중'…609개 과제 성과 전환
"초기·희귀질환 소외 아냐…임기 후 성과 만드는 조직으로 평가받고 싶어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기술이전 자체가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우리 기술이 글로벌 개발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사용되는 신약으로 허가받는 것까지가 최종 목표입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지난 1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성공 기준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의 품목허가로 제시했다. 기술이전과 해외 임상 진입은 글로벌 신약으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중간성과라는 설명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2026년 1차 선정까지 609개 과제를 지원하며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의 저변을 넓혀왔다. 사업 후반부인 2026~2030년에는 이 가운데 유망한 후보물질을 임상과 기술이전 및 글로벌 허가로 연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 및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전문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범부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이다.
박 단장은 이 같은 범부처 지원체계를 기반으로 사업 후반부에는 단순히 지원 과제 수를 늘리는 것보다 글로벌 개발 가능성과 후속 성과 창출 가능성이 높은 과제에 지원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 단장은 "초기 연구성과가 비임상과 임상으로 이어지고 기술이전과 글로벌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축적된 파이프라인과 개발 성과를 실제 글로벌 임상과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망 과제에 대한 선택과 집중과 임상·의약품 제조·품질관리(CMC)·규제·지식재산권(IP) 등 개발 단계별 지원 고도화 그리고 글로벌 파트너링 강화를 통해 성과가 보다 빠르고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신약개발 R&D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신약으로 성장한 대표 사례로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와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 꼽힌다.
세노바메이트는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에서 임상 2상 단계의 지원을 받은 뒤 FDA 허가와 미국 직접 판매로 이어졌다. 레이저티닙도 임상 1·2상 단계에서 정부 R&D 지원을 받은 뒤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개발을 거쳐 2024년 FDA 허가를 받았다.
박 단장은 다만 현재 지원 중인 특정 후보물질을 '차세대 세노바메이트'나 '차세대 렉라자'로 미리 지목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약개발 가능성은 임상 결과와 경쟁 환경 및 규제 여건에 따라 계속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망한 후보물질이 적절한 시점에 개발 지원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만나면 실제 글로벌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두 사례가 보여줬다"며 "609개 과제 가운데서도 이 같은 후속 사례를 만드는 것이 사업 후반부의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과제를 미리 차세대 글로벌 신약으로 지목하기보다는 임상 진전과 글로벌 기술이전 및 규제 성과 등 객관적인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유망 과제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으로 초기 연구나 희귀질환처럼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단장은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신약개발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실제 지원 포트폴리오에서도 유효·선도·후보물질 단계 등 초기 연구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유망 과제 중심의 지원이 후기 단계나 사업성이 높은 과제만 지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과제를 선정할 때 시장성뿐 아니라 과학적 우수성과 미충족 의료수요 그리고 기존 치료제와의 차별성 및 글로벌 개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간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희귀질환과 초기 연구에서는 공공 R&D가 위험을 분담하고 유망 후보를 다음 단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게 박 단장의 판단이다.
현재까지 사업단 지원을 통해 나온 희귀의약품 지정 성과는 15건이다.
박 단장은 "사업성과 공공성을 대립하는 가치로 보기보다 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와 신약개발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균형 있게 지원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은 지원 범위를 좁히거나 초기 연구를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 개발 단계에서 가능성 있는 과제를 정교하게 발굴하고 필요한 지원을 집중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기 중 달성하고 싶은 성과로 일회성 기술이전이나 임상 진입을 넘어 후속 개발과 글로벌 임상이 계속 이어지는 구조를 꼽았다.
박 단장은 "좋은 연구를 발굴하는 데서 시작해 개발 과정의 병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임상·CMC·규제·사업화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며 "유망한 후보가 실제 글로벌 신약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는 조직으로 사업단의 역할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과는 단장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뛰는 약 50명의 직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며 "임기가 끝났을 때 개인의 성과보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실제 성과를 만드는 조직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 프로필
△1961년생 △전북대 의과대학 의학·석·박사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선임연구원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 △건국대 의과대학 면역학교실 교수·의생명과학연구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의과학 선도연구센터장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의약학 단장 △세종대학교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 △의학한림원 정회원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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