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밖으로 나온 오가노이드…신약·치료제 산업 새판 짠다

신약개발·독성평가·정밀의료로 활용 확대
표준화·재현성·규제 기준 확보가 관건

17일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오가노이드 디벨로퍼 콘퍼런스 2026'(ODC26) 행사에서 주요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26.9.17 ⓒ 뉴스1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오가노이드가 질환을 재현하는 연구용 모델을 넘어 신약개발과 독성평가, 정밀의료 등에 활용되는 산업 기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간 장기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에 환자 유래 세포와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결합하면서 활용 범위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다만 오가노이드가 곧바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포주와 배양 조건에 따른 편차를 줄이고 재현성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 치료에 적용하려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임상 근거와 규제 기준도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는 '오가노이드 디벨로퍼 콘퍼런스 2026'(ODC26)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오가노이드의 산업화 가능성과 함께 표준화·규제 등 과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신약개발부터 정밀의료까지…'사람과 가까운 모델' 부상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인체 장기와 유사한 3차원 조직을 구현한 것이다. 기존 2차원 세포 배양이나 일부 동물실험을 보완하면서 실제 사람의 조직에서 나타나는 약물 반응을 확인하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피부·모낭·장·뇌 등 다양한 장기 오가노이드가 활용되고 있다. 의약품과 화장품의 효능·안전성 평가부터 약물 흡수와 질환 분석, 신경세포의 기능적 성숙도 평가까지 적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환자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하면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질환 모델도 만들 수 있다. ODC26에서는 파킨슨병 관련 변이를 가진 환자의 세포를 활용해 중뇌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질환 관련 병리 현상을 확인하는 사례도 소개됐다.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별 차이를 반영해 후보물질을 선별하거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정밀의료 플랫폼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치료 분야에서는 망막 오가노이드도 주목받는다. 망막색소변성증 등 유전성 망막질환에서 오가노이드 유래 세포를 손상된 조직에 이식해 기능을 보완하는 재생치료 접근법이 연구되고 있다.

다만 이는 아직 연구 단계다. 오가노이드에서 확인된 효과가 실제 환자 중에서도 나타나는지, 이식한 세포가 기존 신경회로와 안정적으로 연결되는지 등을 임상에서 확인해야 한다.

17일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오가노이드 디벨로퍼 콘퍼런스 2026'(ODC26) 행사 전경. 2026.9.17 ⓒ 뉴스1 문대현 기자
기술보다 어려운 '표준화'…규제 기준도 필요

산업화의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표준화다. 같은 장기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세포 종류와 배양 조건에 따라 오가노이드의 크기와 세포 구성,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연구기관이나 기업마다 다른 오가노이드를 사용하면 같은 후보물질을 평가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오가노이드를 잘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해도 유사한 결과를 내는 시험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세포주와 제조공정뿐 아니라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와 시험법까지 일정 수준으로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약개발에서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어느 단계에서 보완할 수 있는지, 오가노이드 시험 결과를 규제기관이 어느 정도의 근거로 인정할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치료 목적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제조와 품질관리, 안전성 평가, 장기 추적관찰 등 추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오가노이드 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정교한 장기를 구현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같은 조건에서 반복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고 이를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에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가 실제 신약개발과 환자 치료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개발뿐 아니라 표준화된 평가법과 규제과학, 임상 적용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며 "오가노이드 산업의 다음 경쟁력은 새로운 장기를 만드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실제 산업과 의료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드는 데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