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늦으면 간이식까지"…수십년 PBC 치료 공백 메운 '아이커보'[약전약후]
수십년 UDCA 중심 치료…환자 30~40%는 충분한 치료 반응 못 얻어
지방간 신약 후보서 PBC 치료제로…국내 허가 후 접근성 과제 남아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마지막 단계는 간이식밖에 없습니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환자들에게 간이식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PBC는 면역체계 이상으로 간 안의 작은 담관이 서서히 파괴되는 만성 희귀 자가면역 간질환이다. 담즙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간에 쌓이면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고 심할 경우 간경변과 간부전으로 악화해 결국 간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십 년간 PBC 치료에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상품명 우루사)이 사용돼 왔지만 환자의 약 30~40%는 충분한 치료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내 허가된 '아이커보'(성분명 엘라피브라노)는 기존 치료만으로 질환 진행 위험을 충분히 낮추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등장했다.
PBC 환자의 80% 이상은 여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40~60대에 진단된다. 피로와 가려움이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갱년기나 스트레스 등으로 여기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문제가 남는다. 1차 치료제인 UDCA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PBC에서는 ALP(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와 총 빌리루빈(TB)이 간이식이나 사망 위험과 관련된 주요 예후 지표로 꼽힌다.
간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치료 반응을 조기에 확인하고 반응이 충분하지 않다면 추가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도 아이커보 평가 과정에서 PBC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간이식 과정에서의 형평성 문제를 다뤘다. 결국 PBC 치료에서는 간이식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기 전에 질환 진행 위험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커보가 처음부터 PBC 치료제로 개발된 것은 아니다. 주성분인 엘라피브라노는 프랑스 바이오텍 젠핏(GENFIT)이 개발한 물질로, 초기에는 지방간질환을 비롯한 만성 간질환 치료제로 연구됐다.
엘라피브라노는 간 대사와 담즙산 조절에 관여하는 PPAR-α와 PPAR-δ를 동시에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담즙 정체와 염증, 섬유화 등 PBC의 여러 병태생리 과정에 작용한다. 임상 개발 과정에서 PBC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개발의 무게중심도 희귀 간질환으로 옮겨갔다.
아이커보 허가의 핵심 근거가 된 것은 글로벌 임상 3상 'ELATIVE' 연구다. UDCA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사용할 수 없는 PB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52주 시점 아이커보 투여군의 51%가 생화학적 반응을 달성했다. 위약군은 4%에 그쳤다. ALP 정상화율도 아이커보군 15%, 위약군 0%였다. ALP 감소 효과는 투여 4주 차부터 나타나 52주까지 유지됐다.
연구 결과는 2023년 미국간학회(AASLD)에서 발표됐으며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도 게재됐다. 최근 상대적으로 ALP 수치가 낮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ELSPIRE' 연구에서도 52주 ALP 정상화율이 아이커보군 85%, 위약군 23%로 나타났다.
아이커보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 치료제다. UDCA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UDCA와 병용할 수 있으며, UDCA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단독 투여할 수 있다.
아이커보는 국내 허가 문턱을 넘었지만 실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기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지만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 옵션은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아이커보는 2026년 7월 기준 전 세계 17개국에서 허가 및 급여가 이뤄졌다. 입센코리아도 국내 PBC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고려해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등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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