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순방길 오른 K-뷰티…K-톡신은 16년 묵은 규제에 발목

브라질 경제사절단 K-뷰티 총출동…정부도 현지 규제협력 지원
국가핵심기술 지정 16년…새 전문위 재심의 결과에 업계 촉각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29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K-뷰티가 정상외교 무대에 올랐다. 브라질이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주요 뷰티기업 최고경영진이 대통령 중남미 순방 경제사절단에 대거 동행했고 정부도 현지 규제 협력에 나서며 중남미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같은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국산 보툴리눔 톡신 산업은 다른 처지다. 정부가 16년째 유지하고 있는 국가핵심기술 규제로 해외 진출 때마다 수개월씩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K-뷰티 수출은 지원하면서 K-톡신은 규제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 중남미 톡신 최다 판매국…K톡신도 이미 자리 잡아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를 순방 중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장,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등 국내 주요 뷰티기업 경영진이 동행했다. 화장품 기업이 경제사절단에 대거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브라질은 유로모니터 기준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에 올라섰다. 올해 시장 규모는 3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지난 2월 브라질 국가위생감시국(ANVISA)과 규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K-뷰티 수출 지원에 나섰다.

브라질은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대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이자 중남미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브라질 톡신 시장이 연평균 9.7% 성장해 2억 28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도 이미 중남미 시장에 자리 잡았다. 대표 제품인 대웅제약 '나보타'는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현재 69개국에서 판매허가를 확보했다. 중남미에서는 20개국 가운데 13개국에 진출했으며 지난해 브라질 파트너사와 약 1800억 원 규모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이번 순방 대상 3개국 모두 나보타 진출국이다.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 ⓒ 뉴스1 이재명 기자
K톡신, 국가핵심기술로 지정…승인 절차만 평균 4~6개월

하지만 해외 진출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내 규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0년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고 2016년에는 균주까지 지정 범위를 확대했다. 생산공정과 균주를 모두 국가핵심기술로 관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 톡신 기업은 해외 임상용 시료 반출과 기술이전, 해외 인허가 과정마다 산업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는 물론 기존 진출국에서도 현지 파트너가 바뀌면 다시 심의받아야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른 승인 절차에는 평균 4~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이로 인한 기회 손실은 연간 900억~1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는 수개월의 승인 지연이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국가안보·경제 효과 고려"…전문위 재심의 결과 주목

국가핵심기술 지정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GenBank'에는 보툴리눔균 관련 정보가 2200여 건 등록돼 있다. 한국시민교육연합 조사에서도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82.4%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찬성했다.

반면 정부는 국가안보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생화학무기법과 대외무역법, 테러방지법 등으로 이미 관리되는 만큼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중복 규제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올해 새롭게 구성된 산업부 생명분야 전문위원회의 이번 재심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당시 참여했던 위원들의 장기 연임이 지적됐고 당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문위원회 운영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는 전문위원회 검토와 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새 전문위원회가 처음 내리는 판단인 만큼 이번 재심의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