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바이오시밀러 허가 문턱 낮춘다…국내 업계에는 '기회'
최근 미국 의회에서 규제 완화 법안 연이어 처리
국내 기업들 규제 완화 효과 기대…중국·인도 등 경쟁 가속화 가능성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과 유럽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허가 규제를 잇달아 완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규모 임상시험 부담이 줄어 개발 기간과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되면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시장 진입 장벽이 함께 낮아지는 만큼 글로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의회는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장벽을 낮추는 법안들을 잇달아 처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를 통과한 '바이오시밀러 신속 접근법'(Expedited Access to Biosimilars Act)은 비교 임상효능시험 등 일부 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품 특성상 필요한 경우에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추가 시험을 요구하도록 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함께 처리된 '바이오시밀러 규제완화법'(Biosimilar Red Tape Elimination Act)은 일반 바이오시밀러와 '상호교환이 가능한' 바이오시밀러를 구분하는 제도를 없애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별도 절차 없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추가 임상시험 부담이 줄고, 약국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대체 처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상원 역시 오리지널 제약사가 하나의 제품에 여러 특허를 설정해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이른바 '특허 덤불'(Patent Thickets) 전략을 제한하는 법안을 처리하며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얼마전 유럽의약품청(EMA)은 바이오시밀러 허가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착수했으며, 비교효능시험(CES)의 필요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분석 자료만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될 경우 대규모 임상시험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임상 3상과 일부 동물실험 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나섰다.
주요 규제기관들이 일제히 허가 기준을 손질하는 배경에는 분석기술 및 품질평가 기술이 발전한 영향도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 임상이 필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정밀한 분석과 품질평가만으로도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규제의 초점도 임상시험에서 분석과 품질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내 제도적 변화는 앞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 환경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임상시험 규모가 줄어들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어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거론된다. 두 회사 모두 미국과 유럽에서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의 효과를 가장 먼저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셀트리온은 일부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규모를 축소하는 등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맞춰 개발 전략을 조정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규제 완화가 국내 기업만의 호재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인도 기업은 물론 글로벌 제네릭 업체들의 시장 진입도 함께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수가 늘어나면 가격 인하 압력도 커질 수 있어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더라도 실제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은 오히려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또 심사의 중심이 임상에서 분석과 제조 품질로 이동하면서 세포주 개발과 배양·정제 공정, 제조 일관성, 품질관리 역량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시밀러 정책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개발 비용 절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결국 시장에서는 품질과 공급 안정성, 판매 역량을 갖춘 기업이 경쟁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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