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절·탈모' 병원이 키운 줄기세포 시장…"환자 보호 함께"

[줄기세포 연간기획]⑥환자 선택지 넓지만 효능 문제도
"연구와 진료 사이 연결할 제도적 플랫폼 마련 시급"

편집자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임상 근거 부족·과장 광고·규제 공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연구·산업 현황을 짚고, 법·제도 미비와 시장 혼탁 문제를 진단한 뒤, 한국형 재생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한 환자가 무릎 수술에 앞서 CT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3.3.5 ⓒ 뉴스1

(서울=뉴스1) 문대현 강승지 기자 = 줄기세포 치료제는 미래 재생의료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의료 현장에서도 관련 시술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희귀질환 중심의 연구 단계에 머물렀으나 최근 피부미용과 관절질환, 탈모, 항노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며 새로운 의료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환자들이 주로 접하는 줄기세포는 허가받은 의약품보다 병원에서 시행되는 비급여 치료다. 이에 임상 근거 축적과 제도 정비보다 시장 확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줄기세포 시장을 '불법 시장'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연구와 진료, 산업화가 서로 다른 제도 안에서 움직이며 형성된 과도기적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는 정형외과와 통증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비롯해 연골 손상, 만성 통증, 피부 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시술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다. 환자와 의료진이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인 만큼 병원마다 적용 대상과 시술 방식, 비용도 다양하다. 수백만 원 수준에서 시작해 수천만 원에 이르는 치료도 적잖다. 대부분 비급여라 가격 기준도 사실상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메디포스트(078160)의 '카티스템' 등 제한적이다. 반면 의료기관에서는 자가 지방유래 세포나 골수세포 등을 활용한 다양한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줄기세포 관련 재생의료 실시기관 223곳,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 승인 과제는 65건으로 차이가 있다.

줄기세포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치료가 함께 묶여 있지만 과학적 근거 수준은 질환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부 적응증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에 있지만, 아직 충분한 근거가 축적되지 않은 분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은 "줄기세포라고 해서 모두 같은 치료가 아니다"며 "적응증마다 확보된 임상 근거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은 의료 현장의 수요와 연구개발 속도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며 "기술을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객관적인 임상 데이터를 지속해서 축적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2년 진행된 국내 최초 줄기세포치료 공개수술 장면. (자료사진) 2012.7.17 ⓒ 뉴스1
비급여가 만든 수천억 의료 비즈니스…"환자 판단 어려워"

지난 2020년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고위험 재생의료 연구를 제도권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이뤄지는 비급여 줄기세포 시술 대부분은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와는 별개의 제도 아래 운영된다.

이 때문에 연구는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비급여 진료가 확대되는, 이른바 '이원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약품보다 병원이 먼저 성장한 독특한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어떤 치료가 충분한 임상 근거를 확보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의료기관 홈페이지나 온라인 홍보에서는 치료 효과를 강조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기술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해당 산업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게 의료계 공통적인 시각이다. 재생의료는 초고령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이며 우리나라 역시 관련 연구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에 임상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치료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원장은 "줄기세포 치료는 장기 추적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 임상 연구와 진료 사이를 이어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환자 등록과 치료 결과를 축적할 수 있는 국가 단위 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면 안전성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형 재생의료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병원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면서 임상 근거를 축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줄기세포를 '만병통치'처럼 표현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현재 치료 효과가 확인된 분야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를 명확하게 구분해 설명하는 것이 의료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전했다.

2012년 진행된 국내 최초 줄기세포치료 공개수술 장면. (자료사진) 2012.7.17 ⓒ 뉴스1

eggod6112@news1.kr